(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배우자 외교 데뷔이자 영부인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김 여사는 그동안 언론과의 대면 접촉을 꺼려왔지만 이번에는 스페인 출장 기자단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평소 관심 있던 패션과 환경 분야에서 단독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끝내고 한국에서도 한층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김 여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과 처음 직접 대면했다. 김 여사는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후 '비행 어떠신가'란 질문 등에는 따로 답하지는 않았다.
이내 윤 대통령이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김 여사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윤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나토 공식 일정 첫날인 28일 김 여사는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첫 공개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공식 일정을 미리 공지하고 현장에서 김 여사의 말과 행동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 여사는 "스페인은 벨라스케스의 고향이자 현대미술 창시자 중 하나인 피카소의 본국으로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며 "스페인 안에서 현재 케이컬처가 또는 케이 문화가, 케이 요리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한국문화원이 11년째 되지만 이분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각광받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같은날 밤 펠리페6세 스페인 국왕이 주최하는 환영 갈라(뒤풀이) 만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서 김 여사는 참석국 정상, 배우자들과 친교를 쌓았다.
김 여사는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 스페인 왕비에게 "한국에서 동갑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된다. 우리는 나이가 같다"며 웃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고 김 여사는 "지난달 방한 때 '매리드업'이라고 말씀한 것이 화제가 됐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는 미술과 문화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밖에도 김 여사는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짓 마크롱 여사, 폴란드 대통령 부인 코른하우저 여사와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김 여사는 29일에는 나토 참석국 정상 배우자들과 스페인 산 일데폰소 궁전, 왕립유리공장, 소피아미술관을 관람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질 바이든 여사와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방문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며 "부군(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그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바이든 여사는 "높은 자리에 가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건 자기자신의 생각과 의지"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just be yourself)"고 조언을 건넸다.
같은날 김 여사는 또 한 번의 단독 일정에 나섰다. 마드리드에 있는 '에콜프'(Ecoalf)라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매장을 방문한 것이다. 김 여사는 평소 환경 분야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왔다.
김 여사는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저 역시 되도록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려고 한다"며 폐기물을 재활용한 의류와 중고 타이어를 사용해 만든 신발 등을 꼼꼼히 만져보고 착용했다.
김 여사는 스페인 일정 마지막날인 30일에는 한국 식료품점을 찾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여사가 3박5일간의 이번 출장에서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등은 또 한번 큰 관심을 끌었다.
김 여사는 1일 윤 대통령과 함께 귀국한다. 차후 장애인·반려동물·환경·미술·전시 등 관심 분야에서 공식 일정을 본격적으로 늘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스페인 왕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서의 사진들은 스페인 왕실 전속 사진사의 촬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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