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관광명소이자 넘쳐나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베네치아가 내년 1월부터 도시를 방문하는 외부인에게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도시 차원에서 입장료를 받는 사례는 세계 최초다.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시모네 벤투리니 베네치아 관광청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외부인은 내년 1월 16일부터 최저 3유로(약 4068원)에서 10유로(약 1만3562원)에 이르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 가격은 베네치아 방문객 숫자에 따라 달라지며 방문객이 몰릴수록 높아진다. 외부인이 입장권을 사지 않고 베네치아를 방문했다가 적발되면 최소 50유로(약 6만7814원)에서 300유로(약 40만6884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입장료가 적용되는 지역은 베네치아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역사 중심지와 섬 지역이다. 리도 디 베네치아, 펠레스트리나, 무라노, 부라노, 토르첼로, 산토 에라즈모, 마초르보, 마초르베토, 비뇰레, 안드레아, 세르볼로, 라 세르토사, 클레멘테, 포베글리아도 입장료 적용 지역이다.
다만 미첼레 주인 베네치아 예산국장은 입장료가 면제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 의하면 현지 거주민은 입장료 적용 대상이 아니며 6살 미만의 어린이, 장애인, 주택 보유자, 의료 목적 방문자, 친척 방문자, 스포츠 및 문화행사 참가자들도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베네치아의 호텔에 1박 이상 묵는 고객들도 숙박료에 입장세가 포함되어있는 만큼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주인은 “입장료는 돈벌이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관광객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되는 수입으로 베네치아 거주민의 세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벤투리니는 "도시를 닫으려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 집중을 막기 위해 예약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베네치아는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에서 거주민과 관광객의 갈등은 이미 해묵은 문제다. 1950년대 18만명 수준이었던 베네치아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5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도심이 혼잡해지고 거주비용 및 생활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은 코로나19 창궐 이전에 연간 3000만명에 달했다. 이에 베네치아 시 당국은 지난 4월에 입장료를 매겨 관광객 유입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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