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뉴스1) 김동수 기자 = "장마철 시작됐는데…임시방편으로 쌓아둔 둑 하나가 전부네요."
1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김창승 섬진강수해극복구례군민대책본부 상임대표(64)는 2년 전(2020년 8월8일) 그날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있다.
주민 150여명이 거주하는 양정마을은 2020년 8월7일과 8일 이틀간 400㎜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30m 높이의 서시천 제방이 무너져내렸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해일과 같은 물폭탄이 마을을 덮치면서 집과 자동차, 가축, 비닐하우스 할 것 없이 쓸려나가 폐허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한밤 중에 둑이 무너졌으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며 "주민들은 지금도 비가 오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탄식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응급복구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부터 8일까지 비 소식이 예보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기후이변으로 시간당 강수량이 집중되는데 또다시 물폭탄이 쏟아질까 주민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2년이 지났지만 임시방편으로 둑을 재정비한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둑이 무너져 내린 서시교 주변 취약한 곳에 튼튼한 제방을 설치해야 한다"며 "영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인명피해와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도 임시방편으로 쌓아둔 둑 이외에 견고한 제방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전용주 양정마을 이장(58)은 "말그대로 2년간 둑 하나 쌓아둔 것이다. 물이 차오르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며 "당시 섬진강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역류해 마을을 덮쳤는데 장마기간에는 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마을 주민 김모씨는 "마을 주변은 강으로 둘러쌓여 있어 물이 불어나면 재작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마철만 되면 불안해서 살겠냐"고 불평했다.
2년 전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댐 주변 구례 일대 재산피해는 1807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민간 피해액 1136억원 중 수해 이재민은 피해액 48%를 보상받았다.
양정마을 곳곳에는 2년 전 수해 피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다. 지면에서 1m 가량 턱을 올려 주택을 짓거나 25㎡(7.5평) 면적 규모의 임시 주택 11동이 들어서 있다.
수해 피해를 입은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주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임시주택 공간이 협소해 생활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주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둑에 대한 응급복구는 해놓은 상태다"며 "임시주택은 군 소유로 올해 9월 기간이 만료돼 매각 절차를 밟는 등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구례군은 지구단위 종합복구사업계획을 수립해 총 18개소 사업장에 배수펌프장 7개소와 고지 배수로 1개소를 신설하고 지방하천 6개소 16.3㎞, 소하천 5개소 4.9㎞를 정비하고 있다. 오는 2023년 12월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25%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