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회담장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튀르키예는 실속을 톡톡히 챙겼다. 북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범죄인 요청과 미국산 F-16 전투기 현대화 사업에 대해 모두 긍정적 언질을 받아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양자회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바람대로 튀르키예라는 새 국호를 쓴 건 덤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국호를 튀르키예로 변경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자국의 영어 명칭 터키가 미국·영국 등에서는 칠면조(Turkey)와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다. 더욱이 터키는 영미권에선 '겁쟁이' '패배자' 등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쓰이기에 더욱 못마땅했던 법하다.
반면 현지어인 튀르크는 '용감한'이란 뜻도 갖는다.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도 '아타튀르크'(튀르크의 아버지)란 칭호(성씨)로 불린다. 터키인들은 자국을 이미 오래전부터 '튀르크인의 땅'을 가리키는 튀르키예로 불러왔다는 얘기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국호 변경 성명을 통해 "튀르키예가 우리의 문화와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밝힌 배경이다.
지난달 초 유엔은 이런 역사적 맥락을 감안해 터키의 새 영문 국호 'Republic of Turkiye'(튀르키예 공화국)을 승인했다. 정부와 국립국어원도 지난달 말 이를 받아들여 모든 공문서에서 '터키 공화국'의 국명 표기를 '터키'에서 '튀르키예'로 바꾸기로 결론을 내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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