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올 상반기 식음료업계 가장 큰 화두는 '가격 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를 비롯해 치킨, 피자, 햄버거, 과자, 도넛, 냉동식품 등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가격 인상이 계속됐다.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커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원자재, 물류비 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아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기업의 절반은 하반기에 인상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이미 가격을 올렸던 기업 중 일부는 추가 인상을 검토하는 등 하반기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갈 전망이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커피업계는 1월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커피빈, 폴바셋 등이 차례로 가격을 올렸다. 최근에는 저가 커피인 메가커피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벅스는 약 7년, 투썸은 10년, 할리스는 8년간 가격을 유지해왔으나 올해는 버티지 못했다.
치킨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 1위 교촌이 가격을 올리자 bhc와 BBQ도 차례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 지난 5월 통계청에 따르면 치킨값은 1년 새 무려 10.9%가 뛰었다. 이젠 치킨 한마리에 2만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 노브랜드 버거 등 햄버거 가격도 뛰었다. 롯데리아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그사이 불고기버거 단품 가격은 3900원에서 4100원으로,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조정됐다.
외식 가격은 물론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류, 냉동만두와 냉동피자 등 냉동식품, 이유식 등 대부분 제품군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올 초부터 외식 물가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2월23일부터 12개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과 등락률을 공표하고 있다. 12개 품목은 죽·김밥·햄버거·치킨 등 4대 관리 품목과 떡볶이·피자·커피·자장면·삼겹살·돼지갈비·갈비탕·설렁탕이다.
정부의 대처에도 식음료업계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폭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게 식품업계와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모든 수치가 업계 우려를 대변한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올랐고 그중 외식 물가는 6.1% 뛰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7.4% 올라 1998년 3월(7.6%) 이후 24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르기도 했다.
더욱이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 수준인 53%가 '올해 내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과자 업계에서 9년째 주요 제품 가격을 동결해온 오리온마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과자의 주원료인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는 등 원부자재 가격에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큰 편이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도 가격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최대한 버티다가도 원부자재 가격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비자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자 1일부터 일부 포장 김치나 고추장, 간장 등 단순가공 식료품과 커피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내년까지 면제키로 했다. 식용유와 밀, 돼지고기 등 14개 품목의 수입 관세를 올해 9월이나 12월까지 0%로 낮추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밥상물가 부담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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