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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패스트패션 정상 中업체, 성공비결은 '베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4 11:02

수정 2022.07.04 11:02

- 미국 법원에만 3년 동안 50여건 상표권 침해와 표절 소송
쉬인 홈페이지 캡쳐
쉬인 홈페이지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10년 만에 패스트패션 업계의 정상 자리에 오른 중국 패션기업의 성공 비결은 ‘차원이 다른’ 베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패션기업 쉬인은 미국 법원에만 지난 3년 동안 50여건의 상표권 침해나 표절 소송을 당했다.

디자인 표절로 쉬인을 고소한 기업은 미국의 랄프 로렌과 선글라스 업체 오클리 등 대기업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 업체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온라인을 통해 하루에 6000개에 달하는 신상품을 경쟁 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패스트패션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중국 기업이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기업가치도 10여 년 만에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펀딩에 참여했다.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쉬인은 평균 9.56달러(1만2000원)의 저렴한 크롭탑, 원피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미국, 유럽, 호주 등의 고객들이 타깃이다.

쉬인은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60만개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한다. 의류 제작은 광저우 본사 인근에 수천개의 공급업체와 계약 위탁생산(CMO) 방식을 사용했다.

자사 데이터 추적 기술을 활용해 트렌드나 특정 제품의 판매 추이를 실시간으로 살펴본 뒤 공급업체에게 주문해 50개에서 100개의 항목을 빠르게 생산한다. 이 때문에 쉬인은 일반적인 패션업체와 달리, 25여일이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영국 BBC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BBC는 “쉬인은 이렇게 수주한 제품이 잘되면 더 주문하고, 안 되면 단종 시키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면서 “쉬인 재고 중 6%만이 90일 이후에도 창고에 남아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WSJ은 엄청난 양의 신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은 디자인 표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패션 브랜드의 상표를 도용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가운데 고가 브랜드로 분류되는 스투시는 쉬인이 티셔츠에 스투시의 상표를 붙여 17.67달러(약 2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쉬인은 록그룹 너바나의 앨범 디자인을 허락도 없이 티셔츠에 사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공간에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독립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허락 없이 사용한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디자인을 빠르게 개발해야 하는 패스트패션 업계의 특성상 표절 논란이 발생하는 것도 일상사에 가깝지만, 쉬인의 경우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H&M도 디자인 표절로 피소당한 사례가 있으나 쉬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쉬인은 디자인 표절 문제에 대해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계약업체들에 떠넘겼다. 자신들은 계약업체가 공급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표절은 계약업체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쉬인은 성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우리의 사업 모델이 아니다”라며 “쉬인의 계약업체들은 이 같은 회사 정책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쉬인은 상표권 침해나 표절 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는 BBC에 “(쉬인 의류는)몇 번 입어지고, 세탁된 후에 쓰레기 매립지로 버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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