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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순정아삭이처럼 소비자가 찾는 품종 개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4 18:10

수정 2022.07.04 18:10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진희 농업연구사
절임배추 품질 불안정했던 괴산
더위 잘 견디고 식감 좋은 배추 개발
김장축제·도매시장·마트 등서 호평
"지역 수요자 품종개발에 직접 참여
누구나 참여할수 있는 시스템 중요"
[fn이사람] "순정아삭이처럼 소비자가 찾는 품종 개발해야"
"'순정아삭이' 절임배추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육종가만 만들 수 있는 품종이 아니라 누구나 품종 개발에 참여가 가능한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김진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사진)는 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스템을 통해 시시각각 변해가는 시장과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어 수요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채소 품종들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연구자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지역경제가 흔들리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나 특산품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중 지역특화 맞춤형 품종개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절임배추 산업이 처음 시작된 곳이자, 배추 주산지인 괴산 지역에서는 절임배추 품질 불안정과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안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김 연구사는 "지역맞춤형 품종 개발은 배추 생산농가와 김치 등 관련 산업체의 소득 증대에 보탬이 된다"며 "특히 괴산에 특화된 배추 품종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고품질 절임배추를 전국의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진청과 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공동연구를 통해 지역 맞춤형 가을배추 품종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매년 완주군과 괴산군 등 4개 지역에서 배추 우수 조합들의 내서성(더위에 견디는 성질), 구형, 맛과 식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해 '순정아삭이'를 개발했다. 괴산군 농산물 브랜드명 중 하나인 '순정농부'의 '순정'과 아삭한 식감의 배추라는 뜻의 '아삭이'를 더해 '순정아삭이'라는 명칭이 됐다.

순정아삭이는 뿌리혹병 평창균주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모본과 내서성이 강한 부본을 교배해 탄생했다. 2020~2021년 괴산군 김장축제행사에 선보여 좋은 평을 받았다. 김장축제 참여농가와 도매시장,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당도·식감·크기 등에서 시판품종 대비 우수하다는 평과 함께 맛이 좋고 쉽게 물러지지 않아 아삭함이 오래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순정아삭이 품종은 한 명의 육종가가 알아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실제 그 품종을 심고 활용할 지역의 수요자가 품종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보텀업'(상향식) 육종 플랫폼을 통해 개발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새로운 씨앗이 탄생하려면 오랜 시간과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수한 엄마·아빠 배추들을 개발하고 거기서 나온 자원을 계속 테스트한 뒤 정성껏 키워 씨앗도 받아야 한다. 올해 만들어진 품종이라고 해도 이미 시작점은 최소 10년 전이라는 의미다.


김 연구사는 "농업연구사로 채소과에 들어와 조금씩 연차가 쌓이다 보니 물려받은 종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온 선배 연구자들의 흔적이었는지 깨닫게 됐다"며 "순정아삭이 품종은 선배 연구자와 후배 연구자, 중앙기관과 지역기관의 치열한 협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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