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이승현 수습기자 = "악취가 이렇게 심한데 물고기는 오죽하겠어요. 수질오염도 상당한데…."
지난 4일 오후 찾은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서방천은 악취가 진동했다. 교각 밑으로 내려가 살펴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고이다 못해 녹조가 잔뜩 낀 하천수는 짙은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광주천의 지류인 서방천은 복개된 하천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썩은 쓰레기더미도 군데군데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30일 집단폐사한 물고기 300여마리가 발견됐다.
물고기 폐사 원인을 놓고 해당 지자체는 최근 내린 비로 서방천의 수위가 올라가자 광주천에서 거슬러 올라왔고, 물이 줄어들면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비가 내려 도로변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하천에 유입됐고 이로 인해 하천수의 용존산소량(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떨어져 집단폐사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서방천 인근 주민들은 다른 분석을 내놨다. 우선 신안교 바로 아래서 굴삭기와 화물트럭을 동원해 진행한 '서방천 개수공사'를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기했다.
서방천에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장마철 침수 대비를 위한 개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주민들은 이 공사로 유량이 줄고 수질이 급격하게 오염됐다고 추정했다.
인근에 사는 서모씨(47)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 물길이 좁아졌고 그때부터 악취가 심해졌다"며 "이곳에서 10년 이상 머물렀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주 비가 내릴 당시 하천에 폐수로 의심되는 물이 대량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신안동 주민 조향순씨(83·여)는 "지난주 비가 왔을 때 시꺼먼 물이 용봉동 쪽에서 흘러 내려왔다"며 "이상한 냄새가 심하게 나서 창문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도 악취로 힘들어하는데 물고기라고 살 수 있었겠냐"며 "비가 오는 날을 이용해 누가 폐수나 폐유를 가져다 버린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신안교 인근 음식점 업주 김영자씨(74·여)도 "지난주에 비가 오더니 하천 쪽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며 "잘 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집단폐사가 발생하자 관할 자치구인 북구와 광주시는 원인조사에 나섰고 '용존산소량'부족과 비로 인한 '하천 수위 상승'을 폐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물고기가 생존하기 위해선 하천의 용존산소량이 최소 5ppm 이상이어야 하지만 폐사 발생 당시 서방천과 광주천의 용존산소량은 1.33ppm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에 내린 비로 지류인 서방천의 수위가 올라가자 광주천에서 거슬러 올라온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폐사했다는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최근에 비가 내리며 도로변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 오염물질이 하천에 유입됐다"며 "이 때문에 용존산소량이 떨어졌고, 물고기가 폐사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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