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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전준위원장직 내려놓겠다".. 野 비대위-전준위 '룰 갈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5 11:52

수정 2022.07.05 15:42

안규백 전준위원장 5일 사퇴 선언
전날 비대위의 '룰 뒤집기'에 반발
"전준위 논의 형해화.. 생산적 논의 어렵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 '룰 뒤집기'에 반발, 5일 사퇴를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건 어렵다"며 비대위 룰 변경에 항의의 뜻을 밝혔다.

전준위원과 당권 주자 측에서도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전당대회 룰'을 두고 비대위와 전준위가 견해차를 보이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안규백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게 전준위원장으로서 판단"이라며 "전준위원장으로 제 역할도 의미를 잃은 만큼 전준위원장직을 내려놓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비대위, 당무위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전대 룰 추가 논의 책임을 비대위, 당무위로 돌렸다.

이는 전날 비대위가 전준의 의결 사안을 뒤집고 전대 룰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전준위는 예비경선과 본경선 모두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확대키로 했지만 비대위는 예비경선에서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제외시켰다. 본경선에서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10→25%로 늘린 만큼 예비경선에서는 '중앙위원회급' 100% 투표로 당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안규백 위원장은 "당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자 당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신설·확대(예비경선 30% 신설, 본경선 10→25% 확대)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인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며 비대위의 '불통' 행태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오른쪽)과 박용진 의원이 6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6차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의원. (공동취재) 2022.6.30/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오른쪽)과 박용진 의원이 6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6차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의원. (공동취재) 2022.6.30/뉴스1
비대위가 최고위원 본경선에 도입한 '권역별 투표제'에 대해서도 안 위원장은 "유례없는 제도"라며 비판적 의견을 냈다.

최고위원 본경선은 1인 2표를 행사해서 후보자 8인 중 2인을 뽑는 방식인데, 비대위는 전준위 의결에 없었던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1표는 지역에 구애 없이 행사하고,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수도권·영남·호남·강원충청권) 후보자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 단수 후보자가 나올 경우, 그 후보자에게 1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안 위원장은 "권역별 투표제는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1인 3표를 부여해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는 방안, 지명직 최고위원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가 가장 직접적이고 거친 방안을 선택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안 위원장은 대의원·권리당원이 다수 있는 지역에서 '지역대표 최고위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대의원·권리당원의 의결권 비중이 △서울·경기·인천 44.37% △강원·충청 13.74% △호남·제주 27.37% △영남 14.52% 등으로 수도권과 호남 편중 현상이 여전히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위원장은 "전준위에서 일부 제안이 있었지만 여러 우려로 인해 논의하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비대위가 논의를 부활시켰고 깊은 숙고 없이 의결됐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전당대회 룰은 6일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김병욱, 전용기 의원 등 전준위원과 박용진 의원 등 당권주자까지 '룰 뒤집기'에 반발하고 있어 비대위 추가 논의나 당무위 과정에서 재차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룰에 저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데다 전준위가 몇 주간 숙고를 거쳐 내놓은 안을 비대위가 같은 날 뒤집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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