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아슬아슬하게 신임 투표를 극복하면서 자리를 지켰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각 장관들의 줄사퇴로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B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알렉스 초크 법무차관이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했다. 존슨은 자비드의 사표에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고 수낙에게도 “당신의 조언과 깊은 헌신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존슨은 이어 나딤 자하위 교육장관을 재무장관으로, 스티브 바클레이 비서실장을 보건장관에 임명했다. 교육장관은 미셸 도닐런 교육차관에게 돌아갔다.
이날 장관들의 줄사퇴는 존슨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존슨은 지난 2월 집권 보수당의 크리스토퍼 핀처 하원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원내부총무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그가 2019년 외무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시에 존슨이 2019년 사건을 알고도 핀처를 원내부총무에 임명했다는 폭로가 터졌다. 존슨은 해당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5일 저녁에 말을 바꿔 핀처의 인사가 잘못이었다고 사과했다. 자바드는 존슨의 성명 직후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고 수낙 역시 정부가 진지하게 일해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영국 여야에서는 존슨의 최후가 머지않았다고 예측했다. 존슨의 임기는 2024년 총선까지다. 지난달 존슨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관저 내 파티를 묵인했다는 ‘파티 게이트’ 때문에 보수당 내에서 신임 투표에 올랐다. 존슨은 보수당 하원 의원 359명의 투표에서 찬성 211표, 반대 148표를 받아 겨우 자리를 유지했다.
제 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5일 보리스 내각의 줄사퇴 소식에 보수당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보수당 의원은 “존슨은 끝났다. 여름까지 버티면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에서는 당 규정상 신임 투표 이후 최소 1년 내에 다시 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존슨에 대한 2차 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BBC는 존슨이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지만 정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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