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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에 80대 해녀도 '휘청'…"두꺼운 고무 잠수복 벗지도 못해"

뉴스1

입력 2022.07.06 14:34

수정 2022.07.06 14:38

제주 남부와 산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상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물가로 나오고 있다. 2022.7.6/뉴스1© News1
제주 남부와 산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상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물가로 나오고 있다. 2022.7.6/뉴스1© News1


제주 남부와 산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상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물가로 나오고 있다. 2022.7.6/뉴스1© News1
제주 남부와 산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상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물가로 나오고 있다. 2022.7.6/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너무 히어뜩행 더는 못 하켜(어지러워서 더는 못 하겠어)."

제주 남부와 산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

바다 곳곳에서는 주황색 테왁을 멘 해녀들이 여름 보양식 성게 채취에 한창이었다. 체감온도가 이미 33도를 넘어선 육지에서는 바라만 봐도 절로 시원해지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물질을 끝내고 헤엄쳐나오는 해녀들은 물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머리 전체를 에워싼 고무 모자부터 황급히 벗겨내기 바빴다. 모자와 수경을 벗자 드러난 얼굴은 햇빛과 뜨거운 날숨에 벌겋게 익은 상태였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물 밖으로 나온 63년차 해녀 황모씨(81)는 "물속에 있어도 해녀복이랑 모자가 두껍다보니 너무 덥다"고 손을 내저었다.

또 다른 해녀는 "오늘도 더워서 머리가 어지럽더니 앞으로 고꾸라질 거 같길래 황급히 나왔다"며 "한여름이 되면 수온까지 높아져서 오래 물질도 못한다"고 말했다.

해녀들은 대부분 3~4㎜ 두께의 고무 잠수복을 착용한다. 과거 겨울이면 6㎜짜리 해녀복을 착용하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로 수온이 점차 오르며 거의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잠수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 여름엔 비교적 얇은 걸 입지만, 그렇지 않으면 4㎜ 해녀복을 사시사철 착용해야 한다.

열을 가두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검은색 고무 잠수복 때문에 여름만 되면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구토 증세까지 보이는 해녀들도 있다.

폭염이 극심할 때는 잠수복 하의 대신 얇은 사복을 입고 물질에 나서는 해녀들도 있지만 체온유지가 안 돼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또 해녀 몸을 보호해주는 두꺼운 잠수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중 쓰레기나 암반 등에 부딪혀 다칠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56년차 해녀 백경애씨(75)는 "저번에는 너무 덥길래 잠수복 바지 대신 추리닝을 입고 물질을 하러 갔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몸이 덜덜 떨리더라"며 "급히 나와서 갯바위에 올라가 햇볕을 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보니 막 멀미들을 해서 원래 12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데 11시 좀 넘으니 나왔다"며 "이제 물 온도도 많이 올라가서 물질을 거의 못할 거고, 수온이 오르다보니 50년 전 처음 일할 때 넘쳐났던 감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6월부터 제주에 때이른 폭염이 나타나며 물속 해녀들의 안전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 6월 제주도의 평균 기온은 최근 30년간 평균 대비 1.5도 높은 22.7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평균 최고기온도 25.7도로 역대 1위, 평균 최저기온도 20.3도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또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평년 대비 1.0도 높은 수온과 강한 대마난류의 영향으로 0.5~1.0도 높은 표층수온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물속에서 하는 작업이라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직사광선을 그대로 쬐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어촌계를 통해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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