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법 확정판결 취소하자
대법 "법령 해석권한은 법원 몫"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이 6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반발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은 24년 만이다. 두 최고사법기구간 '강 대 강' 신경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대법원은 이날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문'을 배포하고 "법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 "법령 해석권한은 법원 몫"
대법원은 "헌재 결정에 대해 대법원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자칫 헌법기관 사이의 충돌로 인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법원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해 법원이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간섭"이라고 직격했다.
사건 발단은 13년 전이다. A씨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위촉'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개발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A씨를 '공무원' 신분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A씨에게 징역 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A씨는 재판 도중 "위촉 심의위원은 공무원이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 후 A씨의 손을 들어주자 문제가 발생했다. 헌재는 "형법상 뇌물죄의 '공무원'에 위촉 심의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뇌물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다시 헌법소원을 내려 했으나 헌법재판소법은 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씨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에 대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며 다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대법원 결정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재판"이라며 이를 취소한 것이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직권 취소한 것은 1997년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입장문에서도 대법원은 "'한정위헌'에 대해 헌재법 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대해 '기속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불수용 방침을 선언한 셈이다.
대법원은 "(최근 헌재 결정은)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대법의 최종 판단을 받더라도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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