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마저도 문턱 높아져
법정금리 맞추려 신용대출 축소
주택·車 등 담보 있어야 빌려줘
폭리에도 미등록 대부업 발길
법정금리 맞추려 신용대출 축소
주택·車 등 담보 있어야 빌려줘
폭리에도 미등록 대부업 발길
#.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다니던 회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져 몇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은행권과 2금융권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다. 들쭉날쭉한 수입에 직장건강보험료도 연체된 것이 이유였다. 결국 김씨는 대부업체로 향했다. 그러나 부동산·주택·차 등 담보물이 없으면 대출이 안 나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같은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주는 곳은 불법 사금융뿐이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업체가 신용대출 비율을 줄이고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마땅히 담보를 잡힐 재산이 없는 저신용자들의 대출 절벽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와 영끌·빚투로 인한 손실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사채업을 찾고 있다. 이번 달부터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규제도 확대 적용되면서 서민들의 대출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당포'돼 가는 대부업체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반기마다 발표하는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대부업 전체 대출 잔액 중 담보대출의 비중은 2018년 말 32.2%를 시작으로 지난 2019년 말 44%, 2020년 말 49.3%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50%를 넘겼다. 처음으로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법정 금리 인하를 무리하게 추진한 시점부터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 비율을 부득이하게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2018년에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추면서부터 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담보대출이 신용대출 뛰어넘는 기현상은 지난해 7월에 20%까지 최고금리 상한선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의 전체 규모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를 비롯한 국내 대다수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에 영업을 중단했다. 산와머니는 2019년부터 신규 대출을 멈췄고 조이크레디트 또한 2020년부터 대출 영업을 포기했다. 웰컴·애니원 계열사들도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폐업했다. 그 결과, 대부업체 이용자수는 2019년 말 178만여명에서 지난해 말 112만여명으로 약 66만명 가량 감소했다.
■불법 사채 연평균이자율 229%
문제는 저신용자들이 내몰리고 있는 불법사채업의 폭리 구조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2933건의 미등록 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연환산 평균이자율은 229%에 달했다.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받은 피해를 호소하는 인구의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14일 발표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운영실적'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 건수는 2018년 말 5885건에서 2019년 말 4986건으로 소폭 줄었으나 2020년 7351건으로 급등한 후 지난해에는 9238건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다 건수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대부업 프리미어리그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체를 선별해 더 낮은 조달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지난해 8월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된 대형사 21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업계에서 생존할 수 없다"면서 "국내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부업체의 규모와 이용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법 사채를 손대는 서민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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