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각료들의 줄사퇴로 퇴진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 하루만에 존슨 정부에서 사표를 던진 각료와 당 관계자는 이미 27명에 달했다.
B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존슨은 6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하원에서 진행한 총리질의응답 시간에 출석했다. 그는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 총리의 임무는 막중한 전권을 위임받은 만큼 하려고 했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같은날 총리실은 각료들의 사임을 언급하고 “앞으로 며칠 안에 공석에 대한 추가적인 임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정부에서는 5일부터 약 24시간 동안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을 포함해 총 27명의 장·차관급 각료와 보좌관, 당 관계자들이 사표를 냈다. 장관들의 줄사퇴는 존슨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존슨은 지난 2월 집권 보수당의 크리스토퍼 핀처 하원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원내부총무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그가 2019년 외무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시에 존슨이 2019년 사건을 알고도 핀처를 원내부총무에 임명했다는 폭로가 터졌다. 존슨은 해당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5일 저녁에 말을 바꿔 핀처의 인사가 잘못이었다고 사과했다. 자바드는 존슨의 성명 직후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고 수낙 역시 정부가 진지하게 일해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영국 여야에서는 존슨의 최후가 머지않았다고 예측했다. 존슨의 임기는 2024년 총선까지다. 지난달 존슨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관저 내 파티를 묵인했다는 ‘파티 게이트’ 때문에 보수당 내에서 신임 투표에 올랐다. 존슨은 보수당 하원 의원 359명의 투표에서 찬성 211표, 반대 148표를 받아 겨우 자리를 유지했다. 보수당에서는 당 규정상 신임 투표 이후 최소 1년 내에 다시 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존슨에 대한 2차 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6일 보수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위원들이 신임 투표의 1년 유예 규정을 바꾸려 한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차기 총리로 수낙과 자비드 등을 언급했다. 한편 존슨을 지지하는 코너 번스 북아일랜드장관은 보수당 의원들에게 “진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1990년 당시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퇴진한 사건을 언급하며 존슨을 몰아내는 것이 보수당 전체에 큰 피해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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