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서정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인구 절벽의 위기에 선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태롭다. 197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가족계획사업을 벌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불과 40여년만에 지구상에서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출산율 최하위 국가 처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망자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2020년(-3만3000명) 사상 처음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6만명씩 인구가 줄어들어, 2070년에는 3700만명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인구 지진’이라는 저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리히터 규모 9.0에 해당하는 대지진에 비유하였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가공할 쓰나미의 파고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부도 저출산 고령사회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지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1차부터 3차까지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380조2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2006년 1.1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에 이어서 금년에는 0.77명, 2024년에는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표적인 초고령국가인 일본의 합계출산율 1.34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고, 지난해 출생아수 26만명은 6.25 전쟁때의 절반 수준으로 전쟁때보다도 출산율이 낮은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 붕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나라 안팎에서 연이어 날아들고 있다. 인구학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번 교수는 한국이 저출산으로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으며, 금년 5월 미국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한국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 즉 3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이 인구는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고령화협회 설립자 폴 휴이트도 2100년 한국 인구는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적으로 인구 소멸 경고등은 지방에서 먼저 켜졌다. 2019년 11월‘지방소멸위험지수’(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06곳으로 전체의 46.5%를 차지하였다. 소멸위험지역은 약 30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령화 여파로 국민연금 고갈도 시간문제이다. 2041년에 적자 전환되고 난 이후 2056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위기를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켜나갈 골든 타임은 지금부터 10년이다. 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 5년의 시간이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6월 24일,‘인구위기대응 TF’를 출범시키고 범부처 차원에서 인구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구문제는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인구 위기의 심각성이 당장에 닥칠 위기가 아니라고 소홀히 하다가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인구 문제를 극복해 나갈 길은 없는 것인가. 여성에게 길을 물어야 하고, 가족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으로 인구문제를 풀 수는 없다. 지난 15년 동안 400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하고도 합계 출산율이 최근 4년 연속 1명도 안되는 결과를 보면 틀린 해법임이 증명되었다.
인구문제는 남녀 모두의 문제이므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여성의 문제로 인식해서도 안되고, 출산, 양육문제는 여성이 홀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국 여성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고, 여성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더 천착해야 한다. 인구 반등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락세를 막은 국가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합계출산율이 2017년 1.7명, 2018년 1.8명인 스웨덴의 사례에서 배울 것을 제안한다. 1930년대 초반,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인 스웨덴의 초기 인구위기 해법은 출산 장려를 위해 피임, 낙태 등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었다. 기혼여성의 역할을 가족, 육아에 한정하면서 공공부문에서 기혼여성의 고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스웨덴의 인구정책은 뮈르달 부부가 ‘민주적 인구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일대 전기를 맞게 되었다.
‘민주적 인구정책’의 핵심은 “오직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 실현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즉 인구 정책은 개인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규범을 훼손하지 않고, 아동, 가족 친화적 전환과 구체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것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모든 지역사회 일원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가족의 일로써, 여성 혼자만의 책임에 맡겨서는 결코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후 스웨덴은 인구문제를 국가 관점이 아닌 가족의 관점으로 접근했고, 아동이 있는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사회정책 강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산전・산후 산부인과 진료서비스, 출산 급여, 아동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양육서비스 등을 빈곤층에 한정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지원하였다.
인구 문제를 인구 정책이라고 별도의 정책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정책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적극적인 가족정책의 틀 속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스웨덴식 인구정책의 해법을 적극 모색해 보아야 한다.
그 중의 하나로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지자체에 대해 아동들의 요구와 권리가 지역 정책, 예산 수립에 반영되어 아동권리가 존중되는 도시 임을 공식 인정하는 ‘아동친화도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한때 합계출산율이 1.7명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지만, 약 250개 도시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으며, 모든 아동 관련 환경을 아동 중심으로 펼침으로써 2014년도에는 합계 출산율 2.08명으로 유럽에서 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1949년 이래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중국도 2025년까지 100개의 아동친화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저출산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전북 완주군이 2016년에 군 전체 인구의 16%가 아동인구가 차지할 정도로 아동친화도시의 아동인구 증가 효과가 실증되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다. 세계 제국이었던 로마 제국 멸망은 인구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은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에서 다시 출발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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