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서는 휴대전화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32억원 상당을 가로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일당 50명을 검거, 국내 총책 A씨(29) 등 37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중계기 설치 의심장소 38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1821대, 불법개통 유심 4102개도 압수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원과 공모,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면서 검찰·금융기관·자녀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73명에게 3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일당은 타인 명의의 유심과 휴대전화를 구비한 후 모텔·원룸에 고정형으로 설치하거나 차량에 이동형으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구글앱 등과 연동해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방식이다.
이 중에는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함께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자는 부산 사하구 자신의 주거지 근처 소화전이나 외벽에서 휴대폰 86대를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동안 휴대전화기 1대를 관리하면 5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들만 붙잡았으며 아버지는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변작 중계기를 이용한 범행이 앱 기능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바뀌고 있다”며 “관리가 쉽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조직원들은 발신번호 변작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을 사칭하거나 정부 대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고 금융기관을 사칭, 자녀를 사칭해 액정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수법으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에는 비트코인 5억7000만원 상당을 피해본 사례도 있다. 일당이 자녀를 사칭하며 ‘휴대전화 액정이 깨졌는데 보험을 신청해야 한다’고 접근해 B씨(50대)의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격제어 앱을 B씨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금융자료를 무단으로 열람해 비트코인 5억7000만원 상당을 해외 전자지갑으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알바, 서버 관리인 모집, 스마트폰 관리업무, 공유기 설치·관리, 전파품질 관리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범행에 가담시키기 때문에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은행 등 금융기관은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휴대전화로 상담하지 않으며 국가기관은 절대로 현금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중계기 등 의심 물건을 발견할 경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부터 8월7일까지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며 “범행에 가담한 이 중 이 기간에 자수할 경우 형의 감경 또는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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