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010’ 번호 중계소만 수천대... 32억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50명 검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7 13:46

수정 2022.07.07 13:46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고정형 중계소의 모습. 경찰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고정형 중계소의 모습. 경찰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산】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벌여 32억여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비 및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일당 50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중 국내 총책 A(29) 씨 등 3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 설치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통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이나 금융기관 직원, 자녀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73명을 속여 총 32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이들은 서로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먼저 국내에 머무르는 조직원이 타인 명의 유심이나 휴대전화기를 산 이후 모텔이나 원룸 그리고 차량에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설치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설치하면 해외 콜센터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었더라도 ‘070’ 인터넷전화가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라 바뀌게 된다. 이들은 070 번호로 전화를 걸면 피해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지만, 010 번호는 잘 받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후에는 해외 사무실에 있는 총책임자의 지휘 아래 콜센터 상담원,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수거책, 송금책이 나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뜯어냈다. 가령 60대 여성 B씨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핑계로 접근해 대출을 신청해 줄 것처럼 한 후 현금 상환을 유도해 2회에 걸쳐 총 7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피해자 30대 남성 C씨는 서울의 한 검찰지검을 사칭한 조직원의 전화에 속았다. 조직원은 C씨가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며 위조된 소환장과 공소장을 피해자에게 전송한 이후 범행에 사용된 계좌가 압류될 예정이라며, 통장에 든 돈을 뽑아 현금으로 수사관에게 전달하면 확인 후 돈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했다. C씨는 이 같은 수법에 속아 총 9000만원을 피해당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서 중계소 38개소를 찾아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 결과 휴대전화기 1821대와 불법 개통 유심 4102대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범죄조직은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아르바이트, 서버 관리인 모집, 스마트폰 관리업무, 공유기 설치·관리, 전파품질 관리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원룸·고시원·건물 옥상·야산 등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차량 등에 싣고 다니면 고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범행에 가담시키기 때문에 시민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은 010 개인 휴대전화로 상담하지 않으며, 국가기관은 절대로 현금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면서 “또한 중계기 등 의심 물건이 발견될 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8월 7일까지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ㆍ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범행에 가담한 자가 특별 자수기간 중 자수할 경우 형의 감경 또는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