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부담·소비둔화 등 악재에도
반도체가 영업익 70% 차지 ‘선방’
하반기 D램 가격 추가하락 예상
수요침체 이어지며 잿빛 실적전망
반도체가 영업익 70% 차지 ‘선방’
하반기 D램 가격 추가하락 예상
수요침체 이어지며 잿빛 실적전망
가전, 스마트폰 등 세트부문의 실적이 저조했지만 반도체가 2·4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를 책임지면서 실적 선방을 이끌었고,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가전과 스마트폰의 소비둔화가 지속되고, 반도체 D램 가격도 추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악재에 실적 고공행진 멈춰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연결기준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했다.
2·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매출이 1%, 영업이익은 0.85% 각각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매출이 20.94%, 영업이익은 11.38% 증가했다. 잠정매출은 역대 2·4분기 실적 중 최대 기록이며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1·4분기(77조78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영업이익은 역대 2·4분기 실적 중 2018년 2·4분기(14조8700억원)와 2017년 2·4분기(14조70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하지만 이는 증권사 실적전망치를 각각 0.2%, 4.7% 하회하는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4분기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7조2218억원, 14조6954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 신기록 행진도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73조98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달성한 이래 4·4분기 76조5700억원, 올해 1·4분기 77조7815억원 순으로 3분기 연속으로 신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 잠정실적에서는 사업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4분기 부문별 영업이익을 반도체(DS) 부문 약 9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 1조원대로 추정했다. 또 스마트폰(MX)·네트워크사업 부문 2조6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약 5700억원, 하만 부문 약 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완성품 분야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도시봉쇄 등에 따른 원자재·물류비 부담, 소비둔화에 따른 가전과 스마트폰의 판매부진 등이 성장세를 둔화시켰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재고회전일수가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약 2주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반기엔 반도체도 먹구름
하지만 반도체가 실적을 방어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운사이클로 전환됐지만 고환율 수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1·4분기(8조4500억원)보다 증가한 10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4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70% 수준이다.
특히 달러강세는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달러로, 세트(가전·모바일) 부문은 현지화 결제 비중이 높은데 전체적으로는 달러강세가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2·4분기 환차익으로 8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 증가효과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은 녹록지 않다. 각 시장조사업체들은 수요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반도체D램 가격이 떨어지고 생산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4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며 "업체들의 판매경쟁으로 가격전쟁이 촉발되면 가격 하락률이 10%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5600만대로 전년(15억6700만대)보다 7.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옴디아도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4000대로, 전년 대비 474만3000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