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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이준석 중징계 후폭풍, 경제에 재 뿌려선 안 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8 14:52

수정 2022.07.09 11:5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이준석 당 대표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6개월 동안 당원권을 정지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액면그대로 보면 내년 1월 초까지 당 대표로서 직무를 수행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당 대표가 사실상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닥쳤다.

이 대표 측 김철근 정무실장이 지난 1월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원 투자 유치'를 대가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윤리위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한 지 78일만 이다. 이 대표는 불과 1년 전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에 당선,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전국단위 선거를 두 차례나 승리로 이끌며 정권교체에 일조했으나, 이제 정치적 생명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벼랑 끝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집권당은 후폭풍 격랑에 휩싸였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과 함께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차기 당권주자들의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의 극심한 내홍과 혼란상은 윤석열 정부의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트리며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복합경제위기를 맞은 한국호에 닥친 또 하나의 악재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의힘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당의 의원과 당원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조속히 잘 극복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징계 보류권 행사·윤리위 재심 청구·법원 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뒤집기'를 시도할 요량이다. 이 대표가 우군으로 꼽는 2030 지지층을 상대로 여론전을 본격화할 작정이다.

이 대표가 승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권 내부의 혼란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대표 궐위 상황을 전제로 차기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부 신경전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궐위를 전제로 잔여 임기(내년 6월까지)만 맡는 당 대표를 뽑는 임시 전당대회를 할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이후 임기 2년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정기 전당대회를 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이 대표의 최종적인 거취는 경찰 수사 결과와 당 안팎의 여론 등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취임 후 약 두 달 만에 40% 아래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한국갤럽 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로 지난 주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1년 10개월여만인 2014년 12월 당시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불렸던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가 막바지였던 시점에 직무 긍정률이 처음 40%를 밑돌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2년 5개월여만인 2019년 10월 40% 선이 붕괴됐는데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무렵이었다.

우리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9일 만에 집권 여당의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황을 맞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부진을 겪고 있는 정부의 국정 수행 뒷받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다.
윤리위 징계 결정을 뒤집으려고 총력전을 펼칠 이 대표와 이를 저지하려는 그룹 간의 힘겨루기가 지지율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도 경계된다. 이 대표의 징계 및 차기 당권 경쟁 과정에서 계파 정치 부활의 조짐이 나타나는 등 집권 여당의 난맥상 표출이 향후 정치지형을 어떻게 바꿀 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복합경제 위기 타개에 정치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재를 뿌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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