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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위터 인수 계약파기 소송전 승리 어려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0 04:47

수정 2022.07.10 04:47

[파이낸셜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계약 파기는 소송전으로 갈 경우 패배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머스크가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빌리지 인근의 스페이스X 시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계약 파기는 소송전으로 갈 경우 패배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머스크가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빌리지 인근의 스페이스X 시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파기를 통보했지만 트위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전으로갈 경우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머스크는 8일(이하 현지시간) 변호인을 통해 트위터 최고법률책임자(CLO)에게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한 자신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칼자루 쥔 트위터
머스크는 당시 변호인이 보낸 서한을 통해 트위터 가짜계정에 관한 실사 자료를 트위터 측이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실사가 불가능했다면서 계약파기 책임을 트위터에 돌렸다.

반면 트위터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위터는 머스크를 델라웨어 형평법법원에 제소해 그가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 지분 전부를 인수하는 당초 계약 이행을 완료토록 강제하겠다고 못박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소송으로 치달으면 트위터나 머스크 모두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칼자루는 트위터가 쥐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소송으로 갈 경우 상당한 소송비용을 지게 된다.

트위터와 머스크가 협상을 통해 인수가격을 낮춰 계약을 완료하면 소송비용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법정 밖에서 조정을 통해 다른 해결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그러나 소송으로 가면 머스크가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컬럼비아대 법대의 존 커피 교수는 법적으로 머스크가 상당히 불리하다면서 그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머스크가 법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커피 교수는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은 (계약파기가) 안된다라는 것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법은 매우 명쾌하다. 머스크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계약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법 위에 있는지(above the law)'를 마침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다른 핑계 찾아야
머스크는 트위터가 인수계약 이행 과정에서 크게 세가지 계약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트위터 재무실적을 실사하는데 필요한 가짜계정에 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머스크 측은 트위터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가짜계정이 트위터가 주장한 5%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트위터가 그동안 실적발표에서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라고 머스크 측은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머스크는 인수계약 합의 뒤 트위터 핵심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점도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상적인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커피 교수는 "정보제공 요구조건은 합의 이행 중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이 요건만으로는 계약 파기가 안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에 나섰다가 계약을 철회하는 업체들이 종종 인수대상 기업의 업무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른바 '실질적 부정적 효과(material adverse effect, MAE)'를 계약 파기 배경으로 제시하고는 하지만 델라웨어 법원이 이를 인정한 적은 딱 한 차례에 불과했다.

2020년 한국 금융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 중이던 고급 호텔을 인수하는 계약을 파기하면서 MAE를 이유로 댔고, 2021년 최종승소한 것이 유일한 예다.

막상 계약하고 나니 후회
트위터는 소송으로 갈 경우 머스크가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파기하려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뭔가에 꽃혀 호기있게 트위터 인수계약을 맺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나니 후회가 돼 이를 물리려 한다고 보고 있다.

트위터 인수 계약을 맺은 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해 그가 월스트리트 은행들에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빌린 130억달러에 더 많은 주식 담보가 필요해졌고, 그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투자자들까지 서서히 발을 빼면서 머스크가 계약을 물리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나타낸 4월초 이후 34% 폭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낙폭 20%를 크게 웃도는 폭락세다.

튤레인대 법대의 상법 교수 앤 립턴도 머스크가 그동안 계약 파기를 위한 구실을 찾고 있음을 시사하는 행태를 보였던 터라 자신의 트위터 인수에 관한 진정성을 법정에서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위터 허위계정 문제는 머스크가 인수에 나서기 전에 이미 잘 알려진 문제였던 터라 그가 5월말 이를 이유로 계약이행 중단을 결정한 것 역시 구실찾기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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