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배고픈 소년시절,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돼 소풍가는 날이나 운동회가 가장 싫었다고 했다. 월사금을 못내 교실에서 매번 손을 들고 벌을 섰던 학생이 말그대로 자수성가해서 자산 규모 2조원에 달하는 건실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취방 쌀을 팔아 책을 사서 읽을 정도로 배움에 목말랐던 소년이 성공한 기업가가 돼 가장 먼저 '사람을 키우는 일'을 벌여 4개 중·고·대학교 이사장이 돼 있다. 동업에서 투자나 수익배분을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일과 양보는 51%로 하고 주장과 간섭은 49%로 양보한다는 정신으로 하면 잡음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인생을 성장기 30년, 황금기 30년, 은퇴기로 나눠볼 때 황금기에 10년만 '빨간 날(휴일)'을 반납하면 부자가 되고 나머지 인생을 경제적 부담없이 지낼 수 있다.
백승진 월간부산 대표 겸 발행인이 '열심히 뛰어 최고가 되라. 빨간 날을 10년만 반납하면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펴낸 동원(東園) 장복만 회장 평전 책머리와 표지 뒷면에 담은 내용이다.
올해 팔순인 '동원(장복만 회장 아호)'와 동갑내기로 50년 넘게 언론인 백 대표가 지켜본 동원개발그룹 창업 비사와 건설·금융·수산·스포츠를 아우르는 성공신화, 사회공헌 스토리, 교육사업에 헌신하게 된 귀한 이야기를 담은 방대한 책이다.
평전은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의 일대기를 그를 지켜본 제3자가 평가하며 쓴 책을 말한다. 자서전과는 달리 객관적 관점에서 저술된다.
경남 통영의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동원'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통영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왔다. 동아대학교 법학과를 수료한 '동원'은 1975년 주택사업 전문건설업체인 동원개발을 설립, 지난 47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오면서 전국에 8만1000여 세대 아파트를 공급해 부산·울산·경남 1위를 넘어 시공능력평가 1조5200억원 전국 26위 주택건설사로 키웠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인재를 양성하는 길 뿐이라는 신념 하에 동원교육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백 대표는 10일 "기업에서 돈을 버는 '축재' 못지 않게 돈을 쓰는 '용재' 윤리가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장 회장은 교육사업이야말로 우리 같이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나라일수록 절실한 과제라고 여겨왔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그동안 지켜 본 '동원'을 의지가 굳고 용기가 빼어난 분으로 소개했다.
도전과 개척, 진취정신에 옳다고 판단되면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외유내강하고 기획한 일은 끝내 성취시키고야 마는 기업인으로 기술했다.
평전은 주택건설사업에서 교육, 금융업, 수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동원'이 마음먹어 온 것은 모두 일궈내는 성공신화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동원'이 산업과 사회공헌, 교육 3개 분야에서 훈장을 수훈한 것에도 이같은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찍이 국가경제에 보답한 공로로 받은 '금탑산업훈장'(1995년)과 국민교육발전에 기여한 '국민훈장 모란장'(2014년), '체육훈장 기린장'(2002년)을 수훈한 보기드문 '3관왕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동원'의 사업성공 비결에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집중하고 노력해 잘 해내는 것에 있었다. 1세대 주택사업자 가운데 사업이 좀 된다 싶으면 자신이 관리하는 것보다 임직원들에게 맡겨 놓고 다른 곳에 눈을 판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동원'은 서류를 갖고 오면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보면서 본인이 확인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도출해내는 스타일로 경영했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교육사업에 있어서도 학교에 대한 투철한 경영방침과 시설, 교육프로그램을 챙기고 확인하는 방법으로 쓰러져 가는 것을 바로 세워 명문학교로 만들고 있다. 교사들에게 대우를 해주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면서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장학금을 줄 때도 넥센타이어 강병중 회장 같은 기업 총수가 오셔서 직접 지급하는 관행을 만든 것도 학생들의 꿈을 일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시골학교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같은 명사들이 강의하도록 초청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동원'은 지금까지 교육사업과 사회 곳곳에 1050여억원을 기부해 부산의 대표적인 나눔명문가로 존경받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돈을 사회에 환원해 오면서도 자신에게는 인색해 헤진 셔츠나 구멍난 구두를 창갈이해 신고 다닐 정도다.
연근해 수산업 선단 '88 통영호'와 냉동·냉장공장을 보유하고 대선조선을 공동 인수한 것은 바닷가 어촌에서 태어나 성장한 '동원'의 어린시절 또 하나의 꿈을 실현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백 대표는 '동원'을 신의의 사람이라고 전했다. 무신불립의 철학을 가슴에 깊이 새겨 인간관계가 폭넓고 원만하며 많은 선후배 친지, 동업자를 갖고 있다고 적었다. 지금까지 50여차례에 이르는 동업을 해왔지만 단 한번도 불화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는 점도 기록했다.
자식들에게는 '나눠 먹으라'는 가훈을 남길 만큼 나눔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나눔명가'라는 수식어가 새로 붙었다고 했다.
백 대표는 "'동원'은 피나는 노력을 해 부자가 됐다고 하더라도 자기자신만을 위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인생의 실패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아무리 성공했다고 해도 자기 것만 챙기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하지 못하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다고 믿는 분"이라고 전했다.
'동원' 평전은 개인의 성공담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 흙수저로 태어나서도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를 전해주고 있다.
백 대표는 "'동원'이 걸어온 삶이야말로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이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생생히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지침서"라면서 "10년만 쉬지 않고 '빨간 날'을 반납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성공철학을 되새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전에서는 '동원'을 교육 전문가를 능가하는 선각자라고 소개했다. 윤석열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초격차 과학기술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다는 것이다.
'동원'은 통영 동원고등학교를 '과학중점학교'로 지정하고 양산대를 동원과학기술대학교로 개명했다. 과학과 기술분야 역량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으로 울산고등학교를 에너지과학중점학교로 특화시키고 있는 것도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동원'의 희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동원'이 간 이식수술로 면역억제치료를 하며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때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퇴원하자마자 동원중고 신축학사 현장을 직접 챙기는 눈물겨운 광경을 지켜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백 대표는 올해 초 평전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장 회장과 나눈 에피소드로 "평전을 쓴다고 했더니 5년 후쯤 쓰자고 하더라"는 이야기와 식도암 수술 후 허약한 몸에 코로나 위험을 막기 위해 외부인과 일체의 접촉을 삼가고 칩거해 완성본을 보여주니 "지금 발간하면 남들이 욕하지 않겠나"라고 할 정도로 겸손한 마음을 가진 분이라고 전했다.
'동원'이 평전 발간에 부쳐 지인들에 대한 인사말에는 부산 사랑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밥만 먹고 살면 된다는 각오로 1964년 혈혈단신으로 부산에 정착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과 부산시민의 도움으로 오늘날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날 백승진 월간부산 발행인이 찾아와 "언제 세상을 등지게 될 지도 모른다"면서 갑자기 본인이 50년 동안 나에 대한 자료를 모아 놓은 것이 있으니 평전을 발간하겠다고 하기에 처음엔 거절했으나 기어이 꼭 하겠다고 하여 '허허'하고 넘어갔는데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가난은 저에게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인내심과 삶에 대한 도전정신의 채찍이 됐습니다. 가난의 배고픔을 극복하고 최고가 되고자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80살이 넘도록 이루지 못한 일 있습니다.'
'동원'은 부산에 경남고등학교나 부산고등학교 같은 명문고등학교 설립과 저출산 대책 지원이라는 두 가지의 꿈, 그리고 부산에 대한 고마움의 빚을 몇백, 몇십분의 일이라도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 10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총 688페이지로 집필된 '동원' 평전은 1장 동남권 대표 건설사 동원개발(주), 2장 사업 다각화, 3장 상훈, 4장 교육문화사업, 5장 사회공헌 나눔명문가, 6장 기념식과 명예박사학위 영득, 7장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성공한 기업인의 언론에 비친 인생철학, 8장 창업비사, 9장 곁에서 지켜본 동원, 10장 권말부록으로 구성됐다.
'동원' 평전 서문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서병수 국회의원, 허남식 전 부산광역시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동욱 전 국회재경위원장, 설동근 전 교육부 차관, 차정인 부산대학교 총장, 이해우 동아대학교 총장 등 각계 명사들이 보내온 출판을 축하하는 글도 실려 있다.
'동원' 평전을 집필한 백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 항도일보 정경부 차장, 부산경제신문 편집부국장을 지낸 뒤 1994년 '부산경제 활성화'를 사시로 내걸고 '월간부산'을 창간, 올해로 28년째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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