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기간·PCR 검사 단축 정책 잇따라 발표
경기회복 속도 내지 못하자 통제완화 시그널
외국자본 철수 차단 위한 ‘명분 만들기’ 불과
‘보여주기식’ 정책 전환… 국제선은 굳게 닫혀
韓-中 국제선 회복 안돼 베이징行은 아직도 없어
고강도 방역에 취소·거절 일쑤… "경영 큰 피
경기회복 속도 내지 못하자 통제완화 시그널
외국자본 철수 차단 위한 ‘명분 만들기’ 불과
‘보여주기식’ 정책 전환… 국제선은 굳게 닫혀
韓-中 국제선 회복 안돼 베이징行은 아직도 없어
고강도 방역에 취소·거절 일쑤… "경영 큰 피
비슷한 사례는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껏해야 수일 가량 중국을 다녀가는 여행객들 경험도 상당수 올라온다. 외국인에게만 물건을 비싸게 받는다거나 관광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사례는 흔하다. 온라인 여행 사이트조차 한국인 전용과 중국인이 사용하는 홈페이지의 가격은 다르다. 중국말에 익숙하지 않으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꽌시(关系)'로 반박된다. 사회적 관계, 인맥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단어다. 꽌시가 형성되기 전까지만 이러한 성향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후 서로 믿는 관계가 이뤄지면 그만큼 돈독한 사이가 없다고 일부 인사들은 설명한다. 따라서 중국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억울하면 꽌시 만들기에 열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여행객의 경우 어느 국가에서든 현지인과 외국인을 구분 짓는 이중 계산법은 존재한다고 강변한다.
■경기회복·외국이탈 차단 '격리기간 단축'
중국 정부가 상하이 전면 봉쇄와 베이징 준봉쇄 완화 이후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과 유전자증폭(PCR) 검사 단축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4월 즈음부터 단계적 절차를 밟아 가다가 지난달 말에는 기존 '14+7'(시설 14일+자기 7일) 격리 기간을 '7+3'(시설 7일+자가 3일)으로 변경했다. 또 자국 입국 7일 전에 받아야 하는 PCR 검사도 일부 국가에 한해서 폐지했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에도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통제 완화의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 등이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수차례 걸쳐 무분별한 물류·교통 차단을 하지 말고 원칙에 근거할 것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말 이후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제로코로나 봉쇄가 65일 만에 해제됐다. 하지만 6월 중순까지 여전히 부분적 봉쇄를 이어지면서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지표의 극적인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하이의 경우 봉쇄 해제 하루 만에 여러 지역의 문을 다시 걸어 잠그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말하는 사회면 제로코로나(무증상자를 포함한 신규 감염자가 격리시설 밖에선 발생하지 않는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는 '심리'다. "또 언제 봉쇄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남아 있으니, 투자 혹은 적극적인 소비에 나설 리가 없다. 오히려 기업들은 인력 채용, 시설 확충을 뒤로 미루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은 채 저축으로 알 수 없는 미래의 두려움에 대응한다. 중국 일부 매체는 은행 저축률이 50%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가 이미 정착된 중국에서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이 매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른 해석은 외국 자본의 철수를 막기 위한 당근책이다. 외국 기업들은 상하이 봉쇄를 즈음해 줄기차게 엄격한 봉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정책적으로 보조를 맞추겠다는 중국 정부의 호응적 태도라는 얘기다.
지난 4월 18일 한국·미국·유럽연합(EU)·영국·독일·일본 상공회의소 회장 등 6개국 8명의 대표가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에게 요청한 내용 중 하나는 격리기간 완화다.
미코가미 다이스케 주중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온라인 회의로는 기업 경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면서 베이징 직항을 다시 열어주고 지방 입국 시 5주간(지방 3주+베이징 2주) 소요되는 격리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매튜 마굴리스 미중 비즈니스위원회 중국부문 부회장은 자국에서 인재를 파견해올 수 없고 강제 격리, 가족과 분리 등 불확실성으로 가족 초청도 어렵다며 국제학교의 경우 교원 40~60% 가량이 이탈해 충원이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윤도선 주중 한국상회 회장(CJ중국본사 대표) 역시 한국에서 인재를 파견해올 수 없고 강제 격리, 가족과 분리 등 불확실성으로 가족 초청도 어렵다며 국제학교의 경우 교원 40~60% 가량이 이탈해 충원이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의 회장은 제조업이 대부분인 주중 유럽기업 상당수는 과거의 투자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적 왕래가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 절반은 향후 투자 결정을 재검토하려는 분위기라고 피력했다.
따라서 중국이 제로코로나의 엄격한 유지를 천명하면서도, '격리기간 단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외국 기업의 호소에 최소한 반응을 했다는 '명분 만들기' 취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국경문은 닫아 놓고 '보여주기식'
다만 이 같은 중국의 정책 전환이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경기둔화가 세계적 현상이고 중국 내 경기하방 압력 가속화는 격리기간 외에 다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치부하더라도, 각국의 자국민 전문 인력 입국이나 가족을 상봉할 수 없는 외국 기업들의 고통은 단기간에 해소시켜 줄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 상당수는 정책 이후에도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중국 정부가 차단했던 국경선 길목을 열어주지 않아서다. 2021년 말 기준 국제선을 운항하는 중국 항공사는 모두 279개로 코로나19 이전의 3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한국~중국 노선의 경우 국제선 운항 편수가 코로나19 이후 대폭 감소한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자국행 국제선 항공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올 경우 최소 수 주 동안 해당 노선의 운항을 완전히 중단시킨다. 아예 취소는 경우도 있다. 한국발 중국행 항공편에선 감염자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
현재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항공편은 없다. 반대로 베이징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가는 직항편은 4월부터 매달 한 편뿐이다. 빈 항공기로 들어왔다가 거액의 탑승료를 받고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베이징 입국을 원하는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격리기간을 채운 뒤에서 베이징으로 입성할 수 있다. 그나마 이 노선도 각 지방 방역정책이 서로 다르며 수시로 바뀔 때도 많다는 점은 장애물이다. 톈진~ 인천 하늘길도 최근에야 겨우 열렸다. 한국처럼 정보가 개방적이고 예상 가능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입국이 더욱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중한국대사관 등에서 신속히 정보를 파악해 기업과 교민들에게 전파하기도 어렵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기업인과 교민들은 어쩔 수 없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단톡방을 만들어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 입국자는 "한·중 항공편이 몇 개 되지 않는데, 개인이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 출발~베이징 도착의 경우 항공편이나 기차표 구매는 가능하지만 발권이 되지 않고 거절당하는 사례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 입국한다고 걸림돌이 치워진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베이징에 중국 전체 사업의 컨트롤타워를 두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본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재외동포재단이 파악한 베이징 교민의 수는 유학생 1만1000명을 포함해 4만여명이다. 2020년 기준 코트라에 등록된 한국 기업만 380여 곳에 달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하면 추천을 넘어선다.
결국 이런 현실은 중국의 이중성이 반영됐다는 비판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나홀로' 봉쇄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편한 시선과 외국 기업·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격리기간 단축'은 제시했으나, 국제편 항공편 고삐는 여전히 강하게 쥐면서 '완화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즉 '보여주기식' 격리기간 완화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조차 "2년이 넘게 한국인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거주자의 이사 정도만 알아봐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최근 중국 내 117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의 주요 고충으로 '이동 제한(16.8%)', '영업·마케팅 활동 제한(16.8%)', '물류·공급망 차질(15.9%)' 등을 꼽았다. 또 절반이 넘는 55.3%가 중국 내 사업의 축소·중단·철수·이사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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