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가압류에 조합 돈 숨긴 조합장…대법 "강제집행면탈 입증 안돼"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1 06:23

수정 2022.07.11 06:2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지역 주택재개발조합장이 조합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되자 조합 예금을 모두 인출했다고 하더라도 강제집행 면탈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강제집행 면탈 혐의가 인정되려면 채권 존재 유무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05년 3월부터 부산의 한 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13년부터 시공사로부터 추가 공사비 61억여원을 요구받았으나 무시하다, 결국 2014년 6월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지급 소송이 제기되자 조합 은행 예금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A씨는 은행에 있던 조합 자금 34억여원을 전액 인출해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인출한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은 점 등이 참작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하려면 시행사가 조합에 돈을 요구할 채권이 있어야 하는 만큼, 채권 존재 유무부터 따졌어야 한다는 취지다.

시공사가 2014년 조합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1심은 시공사 측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패소 판결했고, 최근 시공사측이 상고를 취하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2심 법원은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추가 공사에 관한 약정에 대한 증거가 없고, 조합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무효라고 봤다. 즉, 당초 시공사에 추가 공사대금이나 부당이득을 반환할 채권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