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올해도 '휴포족'(휴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애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휴가·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에 막히면서다.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한 말인 베케플레이션은 고물가로 항공·숙박비 등의 휴가·여행 비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모씨(27·여)는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코로나19 좀 풀리고 해외여행을 가려고 친구들과 한 달에 3만원씩 2년 동안 계모임을 했다"면서 "항공권이 너무 비싸고 다른 것들도 해도 해도 너무 비싸서 결국 여행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말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쓴 윤모씨(33·여)는 '집콕족'(族)이 되기로 했다. 윤씨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너무 나가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집에서 에어콘 바람 쐬면서 넷플릭스 몰아보면서 동네 맛집 배달시키는 게 제일 저렴한 휴가일 것 같다"며 "올해는 집콕족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국제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21.4% 증가했다. 국내항공료 19.5%, 국내단체여행비 31.4%, 승용차 임차료 28.9%, 보험서비스료 14.8% 등 여행·관광과 관련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해외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3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오는 7월 말 출발하는 이코노미석 기준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 가격은 320만~590만원이다. 유럽은 '인천~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이 230만~390만원, '인천~런던'은 250만~370만원에 달한다.
국내 여행도 만만찮다. 예상 경비는 코로나19 사태 전 해외여행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숙박 비용이 급격히 치솟은 상황이다.
웹툰 제작사에서 근무하는 박소연씨(26·여)는 "친한 친구들이 최근에 모두 취업하면서 7월 마지막주에 양양쪽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비싼 것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방 자체도 없었다"며 "에어비앤비가 100만원까지 하는 것도 봤다"며 설명했다.
제주도로 휴가 계획을 잡고 있는 이모씨는 "코로나 이후에 제주도 여행 경비가 엄청나게 오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너무 심하다"며 "제주도 여행 경비가 해외여행 경비랑 비슷한 것 같은데 휴가를 아예 가을로 미룰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베케플레이션 속에서도 여름 휴가를 포기할 수 없는 시민들은 '민폐'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올여름 부산으로 휴가를 계획 중인 김모씨(31·남)는 "원래 혼자서 부산에 가서 호캉스 하면서 천천히 여행 다닐 생각이었는데 숙박비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주말 동안 신세를 지기로 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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