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초강세 흐름 속에 마침내 12일(이하 현지시간) '1유로=1달러' 시대가 다시 열렸다.
CNBC에 따르면 유로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2002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달러와 등가(패리티)를 기록했다.
유로는 200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인 유로당 0.9998달러까지 하락했다.
■ 연준 고강도 금리인상과 상대적으로 탄탄한 미 경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들어 고강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각국 통화 가치는 올해 달러에 대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연준만큼 강력한 통화긴축에 나서는 나라가 없다.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이 달러에 몰리고 있다.
달러 가치는 이날 2002년 10월 이후 20년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가치에 대한 달러 가격을 나타내는 달러지수가 이날 장중 108.56까지 올랐다.
미국의 고강도 금리인상과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미 경제가 강력한 금리인상 충격으로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성장세가 탄탄해 투자자들이 달러로 몰려들고 있다.
■ 유로존, 에너지 위기
설상가상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경제가 흔들린 탓에 유로 타격이 더 컸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섰고, 러시아는 보복으로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수시로 차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로 하고 석유, 천연가스 수입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지만 전환과정 과도기에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는 11일에는 연례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21일까지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들어가는 노르드스트림1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겼다. 노르드스트림1은 연간 천연가스 550억㎥를 공급한다.
■ 위기 몰린 ECB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 달러 등가 진입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수입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유로 가치를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큰 폭의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유로존 경제를 침체로 몰고갈 위험이 높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경제엔진은 침체를 겪고 있고, 이탈리아는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채무위기 위험에 한 발 다가선 상태다.
CIBC캐피털마켓의 주요10개국(G10)외환전략 책임자 제러미 스트레치는 경기침체 없이 사상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겠다는 ECB의 목표가 점점 더 달성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비관했다.
스트레치는 "ECB가 매우 어려운 처지가 됐다"면서 ECB는 채권매입을 뒤늦게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통화긴축 검토에서도 뒷북을 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ECB가 지난달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가치 강세와 이에 따른 유로를 비롯한 다른 나라 통화가치 약세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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