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과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됐지만 이혼을 거부했던 다른 배우자가 계속 상대방 탓만 하면서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A씨와 B씨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마친 A, B씨는 같은해 12월 자녀를 출생했으나 2011년부터 부부상담을 받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왔다. A씨는 2013년 변호사를 선임해 이혼소송을 준비했다가 B씨 사과를 받고 이를 철회했는데, 그 후에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2016년 5월 집을 나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2017년 7월 법원은 "B씨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기각했다. B씨는 이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혼소송 기각 이후, A씨는 양육비와 부양료를 매월 지급하고 B씨와 자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담보대출금을 변제하면서도 5년째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양측의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B씨는 아파트 잠금장치를 변경하고 열쇠를 A씨에게 넘기지 않았고, A씨가 자녀와 연락하려면 자신에게 먼저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A씨는 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결국 A씨는 2019년 9월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이혼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2년 만에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한 점, B씨가 이혼의사가 절대로 없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현재 이혼소송에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민법 840조6호에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만 이혼 청구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파탄 당시 분명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약화돼 쌍방 책임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 예외적 사유로 인정된다.
즉, A씨가 과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됐다고 하더라도, 그 후 B씨 역시 A씨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면서 장기간 별거가 이어졌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됐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며 협의이혼을 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의 당시 분명했던 한 쪽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 복리에 긍정적·부정적일지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소송도 가능하다는 의미나, 대법원은 유책배우자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은 "이혼에 불응하는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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