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청률 4회 만에 5% 돌파
기존 문법 파괴...자폐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아
우영우, 악역 없는 '무공해 드라마'지만...장애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다뤄
'우영우' 열연한 박은빈, 이론과 텍스트 기반으로 우영우 만의 캐릭터 만들어
'우영우' 신드롬으로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 '상승' KT는 '탈통신' 박차
기존 문법 파괴...자폐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아
우영우, 악역 없는 '무공해 드라마'지만...장애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다뤄
'우영우' 열연한 박은빈, 이론과 텍스트 기반으로 우영우 만의 캐릭터 만들어
'우영우' 신드롬으로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 '상승' KT는 '탈통신' 박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이 4회 만에 시청률 마의 5%를 돌파했다. 이는 지상파 기준 50% 시청률에 비견될 정도의 엄청난 수치다. 이어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대한민국 톱(TOP) 시리즈' 1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열풍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따뜻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 박은빈 등 출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물론 자폐 스펙트럼을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게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승승장구의 원동력이 됐다.
우영우는 늘 헤드셋을 쓰고 다닌다. 고래를 좋아해 틈만 나면 고래 이야기를 꺼낸다. 자폐인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극본을 맡은 문지원 작가는 김병건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에게 자문을 받으며 1년 간 이 작품을 준비했다. 문 작가는 앞서 영화 '증인'에서 자폐인 주인공을 등장시킨 바 있다.
극중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우영우라는 인물을 장애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늘 당당하게 밝힌다. 이어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극 중 고래를 좋아하는 우영우는 고래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고래에 관한 지식을 읊어댄다. 김밥집에서 게살김밥을 서빙하며 사실 게살이 들어가지 않으니 게살맛김밥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엉뚱함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CG(컴퓨터 그래픽)도 볼거리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자폐를 다양성의 하나로 다룬다"며 "세상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보통 다수의 선택을 보지만, 드라마는 우영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와 차이를 넘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사건을 맡은 우영우는 나치가 정신질환자를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다. 자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대사다.
이처럼 무공해 청정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만 드라마는 장애에 대해서는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극 중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는 우영우와 함께 걸어가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법정에서 우영우와 대치하던 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그저 '심신미약 환자'로 치부한다. 자폐가 있는 변호사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질색하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말한 직후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우영우에게 사과한다.
공희정 평론가는 "그동안 '굿닥터' 등 자폐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배척당하고 불쌍하게 그려지는 면이 있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 사람(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사람은 잘못을 할 수도 있는데, 드라마에 그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우영우'를 소화할 배우는 지구상에서 '박은빈'밖에 없다"(문지원 작가)
"박은빈 캐스팅이 정해지는 순간 '만세'를 불렀다"(유인식 감독)
박은빈의 연기는 '우영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키운 일등공신이다. 그는 최근 열린 '우영우' 제작발표회 당시 "미디어 매체에서 구현된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모방을 최우선으로 배제한 것이다.
제작진이 1년을 기다려 박은빈을 섭외했다. 박은빈은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섣불리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면 안될 것 같았다"며 망설인 이유를 밝혔다.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박은빈은 "특정 인물을 따라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폐 이론과 텍스트를 기반으로 우영우 만의 특성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캐릭터 자체로 변하려는 박은빈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에서 늦깎이 음대생 연기를 위해 6개월 넘게 바이올린을 배워 직접 연주를 하는 집념을 보인 바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를 모으자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를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장의 원년으로 삼은 KT 또한 콘텐츠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에이스토리, KT 스튜디오 지니, 낭만크루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의 인기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TvN 드라마 '지리산'의 부진으로 최고 5만 300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1만 6050원까지 떨어지며, 8개월 만에 68% 하락세를 보였던 에이스토리는 최근 콘텐트주 약세 속에서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1696억원에서 298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해 1월 설립한 콘텐츠 전문기업 KT 스튜디오지니가 올해 내놓은 두번째 오리지널 드라마다. KT는 2020년부터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의 변화를 선언하고 사업 재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통신 자회사 KT파워텔을 매각하고 콘텐츠 제작사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