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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승부수 삼성에 10연패 안겼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3 13:17

수정 2022.07.13 13:17

[파이낸셜뉴스]

kt 이강철 감독. 사진=연합뉴스
kt 이강철 감독. 사진=연합뉴스

감독도 선수도 상대를 읽고 있었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2일 삼성전서 9회 초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했다. 2-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 편은 한 점차를 지키기 위해 ‘끝판대장’ 오승환을 대기시켜 둔 상태.

자칫 마무리 투수의 무의미한 소모에 그칠 수도 있었다.
김재윤은 최근 7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절정 구위를 보여 왔다. 6월 이후 9경기서 무실점 행진 중이었다. 이기는 경기만 나와야 할 투수가 패전 처리(?)로 올라 왔다.

이강철 KT감독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오승환이 등판하면 이길 수, 최소한 동점, 있다는 계산이 선 듯 보였다. 삼성은 이미 이승현, 우규민, 문용익 등 불펜 투수들을 모두 써버려 발톱 빠진 사자 처지였다.

동점을 만들면 이길 수 있다. 그런 판단으로 과감하게 김재윤카드를 택했다. 작전은 적중했다. 삼성은 예상대로 오승환을 올렸다.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끝판대장이다. 한 점차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장타를 맞지 않아야 한다.

첫 타자 배정대와의 승부는 어렵게 진행됐다. 볼카운트 1-3. 그래도 볼넷만은 피해야 한다. 배정대는 상대의 수를 읽고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오승환은 불리한 볼카운트서도 변화구를 던진다.

삼성 허삼영 감독. 사진=연합뉴스
삼성 허삼영 감독.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팀이 9연패에 빠진 절박한 상황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줄 순 없었다. 직구를 던질 것이다. 배정대는 오승환의 직구를 멀찍이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알포드의 백투백 끝내기 홈런은 이강철 감독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덤이었다.

삼성은 팀 창단 이후 최다 타이인 10연패에 빠졌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내내 허우적댔다. 한 수 앞을 내다보기는커녕 발 앞의 수도 읽어내지 못했다. 5연패를 당하던 지난 6일 LG전서는 8회 스리번트 미스라는 우를 범했다.

9-9 동점이던 8회 말. 삼성은 당초 8-1로 앞서 있었다. 뒤집히기 힘든 점수 차였다. 8회 초 4점을 내주고 9-9 동점을 허용하자 허삼영 감독은 급해졌다. 다행히 8회 말 선두타자 오선진이 2루타로 출루했다.

LG 불펜 김진성이 흔들렸다. 번트자세를 취한 안주형에게 거푸 볼 3개를 던졌다. 무사 1,2루면 보내기번트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4구째 스트라이크. 이 순간 허삼영 감독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연패에 빠진 감독은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다.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으나 파울볼. 상식적으로 번트의 기회는 사라졌다. 다시 실패하면 자동아웃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굳이 모험을 결행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안주형은 좌타자다. 웬만하면 2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낼 수 있다. 다음 타자는 8번 이재현. 타율 0.222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주자 3루 시 타율은 0. 그 다음 김헌곤은 0.198, 주자 3루에 있을 때 역시 타율 0.

3루로 보낸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도 스리번트를 시도하다 파울볼로 아웃됐다. 경기 후반 감독의 작전이 꼬이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삼성은 9-10으로 역전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는 상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허삼영 감독의 수는 뻔히 읽힌다. 6일 역전패로 뿔난 삼성팬들은 트럭 시위를 벌였다.
삼성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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