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넘는 미래사업
위기 속 과감한 투자 단행으로 기회 확보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복합위기 극복 위해 배터리·반도체 산업서 기회 찾아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원자잿값 인상,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에 갇혔다.
재계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이미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과 함께 한 목소리로 배터리·반도체와 함께 바이오와 전기차 관련 사업의 성장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유럽 출장 당시 헝가리에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둘러보고, 독일에서는 2017년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카돈과 배터리 고객사인 BMW 등을 만났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을 계기로 삼성은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투자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는 향후 5년간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 신산업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도 복합 위기 속 투자가 감축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SK 하반기 투자 계획에 대해 "집행하려는 부분은 그대로 간다"며 "투자를 지연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안 한다는 얘기를 하진 않겠다"며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SK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이른바 'BBC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꼽고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는 인재 확보를 통한 투자를 가속화한다. LG는 5년간 5만명 직접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첨단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3년간 AI,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의 R&D 분야에서만 전체 채용 인원의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오는 19일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만나 배터리 동맹을 강화한다. 옐런 장관은 LG화학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 분야 양국 민간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옐런 장관은 20일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 R&D 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LG화학 측과 미국 기업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LG화학 첨단소재본부는 양극재와 전구체,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옐런 장관을 접견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14일 하반기 첫 그룹 사장단회의(VCM)에서 "금리 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바이오, 배터리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바이오와 배터리는 그가 최근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분야다. 신 회장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선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이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앞서 유럽 출장 중 전기차 소재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헝가리 롯데알미늄 양극박 공장에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성장 가능성이 큰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경쟁 업체보다 전기차 소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과감한 투자로 격차를 좁히겠다는 복안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이달 초 경기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개최된 LS 임원세미나에 일일 연사로 나서 2030년까지 신사업 비중을 50%까지 올리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 회장이 꼽은 미래 먹거리도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다.
그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인 흐름은 전기화와 CFE(Carbon Free Electricity)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이고, 이런 큰 변화의 시기는 LS에 다시 없을 큰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시대에 LS도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즉, 배·전·반이 이끄는 산업 생태계 속 소재, 부품 등의 영역에서 숨은 기회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안에 반도체와 배터리와 함께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바이오 산업 등에 기업들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갖춘 분야들이기 때문에 위기 속에 오히려 투자를 강화해 기회를 찾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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