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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도사와 외계인의 대결 그려
[파이낸셜뉴스] 영화 ‘외계+인’을 필두로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그리고 ‘헌트’까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올 여름 극장가는 가장 뜨거운 대전을 치른다.
‘탑건:매버릭’이 중장년층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하며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여름대전의 첫 주자인 ‘외계+인’1부가 오는 20일 포문을 연다.
애초부터 2부로 제작된 ‘외계+인’은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암살’ 그리고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 작품.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중 ‘전우치’와 분위기가 가장 유사하나, 그보다 이야기의 규모나 스케일이 진일보했다. 특히 “어릴 적 극장에 가면 행복감을 느꼈다”는 최 감독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동서양의 대중문화를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존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종교합 SF 무협 히어로물을 내놓았다.
기발한 상상력과 완성도 높은 만듦새는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수준을 엿보게 한다. 흥행의 관건은 무협판타지와 SF액션을 오가는 이 희한한 히어로물의 복잡한 스토리와 유머코드가 관객에게 어떻게 통할지 여부다.
영화는 2022년 현재와 1391년 고려 말, 완전히 서로 다른 시공간을 오가며 전개된다. 인간보다 기술 우위에 있는 외계인들은 우주의 범죄자를 인간의 뇌 속에 봉인한다.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미래서 온 사이보그 가드(김우빈)는 2022년 현재, AI로봇 썬더와 함께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다.
한편 고려 말엔 장풍을 쏘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을 사용하는 이안(김태리)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려 서로 속고 속이는 가운데, 환상의 짝궁인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그리고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이 영화는 1970~80년대 대중을 사로잡았던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 연상시키는 가드의 모습뿐 아니라 가드가 타고 다니는 차는, 1980년대 안방을 사로잡았던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외계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로스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 속 외계인이나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수많은 무협영화에 대한 기억도 자극한다. 어릴 적 감독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수많은 대중문화의 흔적이 이 영화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셈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도사와 외계인, 무협판타지와 SF액션드라마와 같이 이질적인 장르가 한 영화에서 기술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 아무런 이질감 없이 완성도 있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접시 모양의 우주선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던 건물의 지하주차장을 뒤집어엎는 스펙터클한 장면부터 사극에서 보던 옛스런 공간에 민 머리의 우주인이 등장해 긴박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한국영화의 달라진 영상 수준을 엿보게 한다.
흥행 관건은 낯설면서도 복잡해보이는 이 영화의 이야기와 특유의 유머코드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다.
얼치기 신선인 흑설과 청운 콤비는, 이 영화의 확실한 웃음제조기다. 무륵이 들고 다니는 부채 속에 사는 고양이 콤비 우왕과 좌왕으로 활약한 신정근, 이시훈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1인 다역을 오가는 김우빈의 다채로운 모습과 능청스런 류준열, 늘 매력적인 김태리 등 배우들의 변신도 볼거리다.
국문과 출신인 최동훈 감독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삼국유사에 보면 수많은 도술이 나온다”며 “그 도술을 다 못 보여줘 한이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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