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구치소 또는 교도소의 수용자에게 1인당 최소 2㎡의 수용공간을 보장하지 않는 과밀 수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A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08년 2월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008년 9월 출소했다. B씨는 2011년 1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가 2011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확정됐다. 이후 2012년 9월 포항교도소에서 출소했다. B씨는 사기, 강제추행, 폭행 등의 혐의로 40회 이상의 범죄 전력으로 2005년 2월~2012년 9월까지 여러 교도소와 구치소를 오갔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자신들의 수용 기간 동안 교도소 및 구치소가 수용자들을 과밀 수용하면서 위생상 문제, 심리적 압박과 긴장 등 정신적·육체적 질병이 발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의 경우 구치소에 수용된 기간 동안 도면상 면적이 8.64㎡인 거실에 3~5명의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용됐면서 1인 당 공간은 1.44~2.16㎡, B씨 역시 수용 기간 동안 수용거실의 1인 공간이 1.23~3.81㎡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2심은 "수용자라도 국가가 1인당 수용공간이 2㎡ 미만 거실에 수용한 것은 위법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결론냈다.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던 C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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