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옥천=뉴스1) 장인수 기자 = "옥천송고버섯이란 이름 자체가 고유명사로 옥천을 알리는 특산물이다. 국내 최초로 상용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귀농한 가구들과 함께 옥천에서 송고버섯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생각이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궁촌리 일원에 옥천송고버섯농원 전진 기지를 만든 농업회사법인 ㈜송고 고문수 대표(60)의 다부진 포부다.
서울에서 기계를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대전으로 내려와서 제약회사 영업 일을 맡아 하던 그의 가슴 한켠에는 늘 자연 속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고 싶은 염원이 있었다.
잇단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충북, 충남, 전북, 경북 등을 돌아보면서 머물 땅을 찾다가 청성면 장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땅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2011년 장수리 인근 청산면 지전리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12년 청성면 궁촌리 땅(1만7000㎡)을 사 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국내 한 기업과 중국인이 송고버섯 종균을 개발해 귀농인들에게 나눠 팔면서 보급됐다. 300명 한정으로 나눠준다길래 교육을 받고 종균을 보급받았지만 처음엔 관리가 어려웠다.
고 대표는 "처음엔 배지가 엉망이다 보니 손실이 커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기'로 아무런 경험과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송고버섯 재배기술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중국 송고버섯 종자 재배기술을 번역한 문서 3쪽을 읽고 직접 재배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마침내 재배에 성공했고 '옥천송고버섯'이란 브랜드도 특허청에 고유브랜드로 등록했다. 은행원이었던 아내 박난희씨는 송고버섯을 홍보하며 판매하기 위해 5일장과 각종 좌판에 나가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고 대표가 상용재배에 성공한 송고버섯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송이와 표고의 교잡종을 일컫는 게 아니다. 표고버섯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고(버섯의 갓 표면이 갈색빛으로 매끄럽고 뒷면의 살이 흰빛을 띠면서 하얗게 핀 꽃이라 일컫는 버섯)를 송이버섯에 가깝도록 개량한 것이다.
종자는 표고버섯이 맞다는 것이 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름은 송이향과 고기 맛이 동시에 난다고 해서 송이향의 '송'과 고기맛의 '고'자가 합쳐져 '송고버섯'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송이와 표고가 합쳐진 것이라 설명하고 반복되다 보니 그렇게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일반 버섯은 햇빛을 차단해 어둡고 습하지만, 송고버섯은 햇빛에 노출하고 물을 전혀 뿌리지 않고 재배해 비타민 D함량과 쫄깃한 식감을 높여 맛과 영양을 모두 담은 버섯이다"고 소개했다.
송고버섯이 알려지고 종균 개발에 배지생산까지 안정을 찾자 공급 물량 확보 문제가 생겼다. 부부가 대형 매장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생산할 수 없었다. 고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귀농사업에 눈길을 돌렸다. 그는 매입한 궁촌리 땅을 12필지 정도로 쪼개서 집터와 송고버섯하우스를 함께 분양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전체 마을의 경관 등을 고려해 건축업자를 지정해 땅과 집, 330㎡ 단위 송고버섯 하우스까지 분양했다.
집과 작업장이 붙어 있어 부부가 일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작업장 온도가 항상 16도에서 18도 사이를 유지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일하기에도 편한 환경이어서 반응이 좋았다.
현재 총 10 송고버섯 재배하우스 중 6동은 타인이, 4동은 고 대표가 관리하고 있다.
그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송고를 만들어서 귀농한 농가들의 송고버섯을 팔아주고 있다. 그가 걱정한 물량을 스스로 기획한 귀농 사업으로 해결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송고버섯을 단지 생산, 유통, 판매하는 데에만 쓰지 않고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열정을 쏟았다.
2017년에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인증을 획득했다. 같은 해 9월 마을 입구에 '옥천송고버섯 판매 전시장' 마련을 계기로 체험농원도 시작했다. 이 송고버섯 판매전시장은 별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 없이 전액 자부담으로 설립했다. 그의 차별화한 도전정신은 2017 고객만족브랜드 대상이란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연간 1억5000여만원의 조수입을 올리는 송고버섯 전진기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걱정 하나가 생겼다. 전국에서 유사 버섯 생산이 범람하면서 유통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고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좋은 먹거리인 송고버섯 재배를 성공시켜 늘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유사 버섯 재배가 늘면서 송고버섯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 끝에 그나마 자리 잡았다. 귀농인과 함께 송고버섯이 지역 대표 특산물로 거듭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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