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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One] "무대 밖 퍼포먼스 중시, '오월 광주' 영미권에 알릴 것"

뉴스1

입력 2022.07.16 11:01

수정 2022.07.16 11:01

김하야나씨(노스웨스턴대 연극과 박사 과정) 졸업 논문 주제는 ‘5·18’이다. 이를 몸과, 여성, 퍼포먼스 세 키워드로 설명한다. 내년 졸업 후에도 영미권에 5·18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하야나씨 제공. © 뉴스1
김하야나씨(노스웨스턴대 연극과 박사 과정) 졸업 논문 주제는 ‘5·18’이다. 이를 몸과, 여성, 퍼포먼스 세 키워드로 설명한다. 내년 졸업 후에도 영미권에 5·18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하야나씨 제공. © 뉴스1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1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5·18 40돌 기념 창·제작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가 펼쳐지고 있다.2020.5.12/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1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5·18 40돌 기념 창·제작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가 펼쳐지고 있다.2020.5.12/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 모습.(한국일보, 광주시 제공)2021.2.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 모습.(한국일보, 광주시 제공)2021.2.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낮 최고기온이 27.8도까지 치솟은 2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시민들이 분수대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낮 최고기온이 27.8도까지 치솟은 2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시민들이 분수대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2021.6.2/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김하야나씨(노스웨스턴대 연극과 박사 과정) 졸업 논문 주제는 ‘5·18’이다. 이를 몸과, 여성, 퍼포먼스 세 키워드로 설명한다. 내년 졸업 후에도 영미권에 5·18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하야나씨 제공. © 뉴스1
김하야나씨(노스웨스턴대 연극과 박사 과정) 졸업 논문 주제는 ‘5·18’이다. 이를 몸과, 여성, 퍼포먼스 세 키워드로 설명한다. 내년 졸업 후에도 영미권에 5·18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하야나씨 제공. © 뉴스1

(시카고=뉴스1) 박영주 통신원 = 김하야나(35)씨는 시카고 소재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극과(Interdisciplinary PhD in Theatre and Drama)에 재학 중이다. 2015년 시카고에 왔으며,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가 공부하는 ‘퍼포먼스 스터디스’(Performance Studies)는 연극학에서 파생한 신생 학문이다. 개인 혹은 집단이 몸으로 하는 모든 행위(퍼포먼스)를 연구한다. 김씨는 “작은 제스처라도 뭔가 보여주기 위한 행위라면 모두 퍼포먼스”라며 “행위자 자각 여부를 떠나 그 의미를 발굴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런 퍼포먼스 실례로 그가 꼽은 것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다.

그런 점에서 김씨에게 ‘오월 광주’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시민군의 저항과 군대의 강제 진압, 이 과정의 수평적 혹은 수직적인 행위를 매개로 김씨는 항쟁 주역 혹은 참여자들의 행동에서 ‘광주의 의미’를 탐구한다. ‘1980년 이후’ 광주가 배태한 모든 ‘퍼포먼스’ 또한 그의 주목 대상이다.

김씨가 5·18에 관심을 둔 계기는 이화여대 영문학과 석사(희곡) 과정이던 2014년, 2015년 우연히 본 두 편의 광주 관련 연극이었다. ‘푸르른 날에’와 ‘100% 광주’가 그것. 김씨는 일전 한 글에서 “2014년 그때 눈물범벅으로 이 공연을 봤다”며 “광주항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인 저의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토로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박사 과정 입학원서에도 ‘가장 좋아하는 공연’으로 당시 두 연극을 적시했다. 다만 입학 초기 “5·18로 논문을 써야겠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김씨는 이후 수업을 듣고 교수와 많은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월 광주’를 논문 주제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1년여 광주에 살면서 직접 ‘광주’를 체험했다. 뉴욕 유명 학술 재단 '앤드루 W. 멜론 파운데이션’(Andrew W. Mellon Foundation)이 이 취재를 지원했다. 김씨가 광주 연구를 본격 시작한 계기였으며,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으로서 성숙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김씨는 “다른 사람 슬픔을 내 것처럼 아파하는 사람들이 그때 광주에 많았고, 지금도 많다”고 말한다.

광주를 다녀와 2020년 7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사에 펴낸 ‘케임브리지 컴패니언 투 인터내셔널 시어터 페스티벌즈(Cambridge Companion to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s)’ 동아시아 부문 챕터에 5.18을 소개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홍콩 출신 미디어 예술가 아이작 청의 2016년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당시 광주 도청 앞 분수대 퍼포먼스가 소재였다.

그해 8월 전남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했고, 2021년에는 하와이대 출판사의 ‘아시안 씨어터 저널’(Asian Theater Journal)에 1988년 초연한 연극 ‘금희의 오월’ 관련 내용을 실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추모를 빌미로 망월동 묘역에서 벌인 시위를 다룬 글은 미시간대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가 쓰고 있는 졸업 논문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김씨가 꼽는 논문 키워드는 몸과 여성, 퍼포먼스 세 가지다.

그의 설명. “항쟁 당시 거리에서, 도심에서 군인과 시민이 같이 싸웠다. 군인들은 때리고 찌르면서 겁을 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시민들은 엄청난 시위로 더 격하게 대응했다. 무대 밖 더 큰 장소에서 벌인 집단적인 퍼포먼스의 주인공들이다. 5·18에서 ‘몸’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5·18 당시, 1980년 이후 모든 행위를 김씨는 ‘퍼포먼스’로 풀이한다. 군사작전도, 시위도, 망월동 제사도 공공장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자식 잃은 어머니가 소복을 입고 특정 공간에 있을 때 그 비주얼이 주는 힘, 김씨는 이런 ‘행위’의 의미를 박사 논문에 담을 계획이다.

‘여성’은 김씨에게 더욱 중요한 ‘광주’다. 그는 “남성 못지않게 여성도 5·18에 크게 기여했다”며 “남성 위주로 각인된 역사를 다시 써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5·18을, 광주를 영미권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더 많은 광주 연구자가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혁명, 프랑스 혁명에 버금가는 5·18 역사를 제대로 다루는 책이 더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에서 광주를 검색하면 왜곡서가 많이 뜨는 게 현실, 그가 최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역본 발간을 기뻐하는 이유다.

그는 ‘광주’에 대한 영미권 사람들 반응은 뜨겁다고 전했다. “몰라서 모르는 것, 광주를 설명했을 때 감동 안 받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김씨는 “5·18의 육성을 이들에게 전달하는 게 내가 하는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내년 졸업 후 교수 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 남아 (5·18을 알리는) 내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하야나에게 광주는?’ 그에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게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반성하게 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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