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 'DMZ(비무장 지대)'는 경남 양산에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한 도로에는 두 달여 동안 극우단체가 연일 집회를 열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단체 역시 맞불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이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약 10m의 공간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신 DMZ인 셈이다.
17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문 전 대통령 사저 맞은편 평산도마을로에 집회신고를 한 단체는 6개 곳이며, 집회 참가 인원은 약 1100명이다. 집회 공간이 협소해 실제 참가 인원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개 중대 병력을 인근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양 측의 집회 양상은 전날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의 1인 시위 이후 더욱 격해졌다. 보수단체 시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도로 갓길을 가득 채우며 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집회자는 군가를 틀거나 욕설을 섞어가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또다른 집회자는 난간에 올라가 문 전 대통령 재임 중 이적행위에 대해 소리를 질렀다. 특히 이들의 지근거리에는 1인 방송자들이 카메라로 활동을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내보냈다.
반대편에서는 집회·시위 그리고 유튜버 활동을 규탄하는 집회가 개최했다. 이날 평화상생 모임에서 집회신고한 인원은 1000명. 전날 50여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 내외와 평산마을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응원하는 침묵 집회를 가졌다.
또 주로 양산 시민들로 구성된 집회자들은 ‘집회를 중단하라’며 주민 피해를 호소했다. 한 1인 집회자는 “정치 성향을 떠나서 이곳에서 집회를 하는 단체들, 유튜버들은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라면서 “유튜버들은 두 달 동안 돈벌이 했으면 됐지 언제까지 이럴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저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하듯이 우리의 생활권 역시 지켜줘야 한다. 집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이나 양산시청, 청와대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해야지 왜 여기서 이러느냐. 그렇지 않으면 모두 불법 집회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한땐 이들 사이 고성이 오가며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뻔했지만, 경찰이 나서 저지했다.
이날 평산마을로에는 집회참가자들의 불법주정차가 난무했다. 오후 들어 양산시 공무원이 단속에 나서 불법주정차 딱지를 끊고 돌아갔다. 집회 장소 앞 파밭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낮에는 너무 시끄러워 바깥 외출조차 어렵다며 밤에만 밭일을 해야 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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