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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퀄리티주 시간 오나… KDDI '들썩'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7 17:54

수정 2022.07.17 17:54

경기침체 시기 주가 방어력 발휘
보수적 경영 대표격 기업 재조명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3대 통신회사 중 한 곳인 KDDI 다카하시 마코토 사장이 이달초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일 일본 전역 약 3900만명의 휴대폰이 최장 86시간 동안 먹통이 되면서 일본 사회에 일시 마비 증세를 야기한 것이다. 일본에서 발생한 통신 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사건이었다.

일본 정부의 날선 경고와 사고 원인 조사, 이어 피해 보상으로 최대 100억엔(약 950억원) 손실 예상 등으로 골치가 아픈 이 회사에 최근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사고 이후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사고 발생 기간인 지난 4일 4241엔을 기록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3.79% 오른 4402엔에 장을 마감했다.

일종의 '퀄리티주'가 다시 때를 만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퀄리티주는 일명 '안전하고 고리타분한 주식'으로 일컬어진다.
최근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C)이 높고, 재무상황이 안정적인 주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KDDI는 대표적인 일본의 퀄리티주 가운데 하나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은 '재팬 퀄리티지수'라는 바구니를 별도로 구분해왔다. KDDI 등 일본의 중·대형주 50개로 구성된다. MSCI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퀄리티주가 빛을 발했던 순간들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이 그랬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일반 MSCI 재팬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9.28%였다. 반면 재팬 퀄리티지수는 2배인 18.11% 상승했다. 2020년 코로나 감염 확산 충격기에는 9.17%(MSCI 재팬지수)와 22.57%(재팬 퀄리티지수)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 충격에 이어 향후의 경기 후퇴 가능성이 점쳐지며 최근 MSCI 재팬 퀄리티지수는 6월 말 대비 약 3% 상승하면서 일본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지수 상승 폭을 넘어섰다.


KDDI를 비롯해 닌텐도, 올림푸스, 키엔스, 호야, 리쿠르트, 신에쓰화학, 추가이제약, 도쿄일렉트론 등이 MSCI 재팬 퀄리티지수 그룹에 속해 있다. 주로 '보수적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기업들이다.
경기 호황기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화려한 성장세엔 못 미치나 경기 불안 또는 후퇴 국면에선 그 나름 힘을 발휘할 것이란 시장의 믿음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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