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전쟁이 부른 식량부족... 결국 밀항선 올라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7 18:18

수정 2022.07.17 19:23

스리랑카 부도에 100여명 인도행
남아시아 섬나라도 대탈출 가능성
지난 12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취사용 가스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2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취사용 가스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전쟁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난민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유럽에서는 밀 대란 때문에 고향을 떠난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려들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식량난으로 이웃 국가로 향하는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세계 난민 숫자는 8930만명이었으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1400만명의 고향을 떠났다. 그 결과 난민 숫자는 역대 최초로 1억명을 넘어섰다.

UNHCR의 필리포 그란디 고등판무관은 "전쟁, 인권, 기후 등 설명한 모든 것 위에 식량위기까지 얹어진다면 보고서에서 설명한 난민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식량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영향은 매우 치명적일 것"이라며 "이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단에서 식품 가격 인상과 폭력적 폭동의 결과로 많은 이들이 탈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에 지중해 난민 사태를 겪었던 유럽 국가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이탈리아, 키프로스를 비롯한 남유럽 5개국 내무장관들은 지난달 3~4일 긴급회의를 열어 새로 유입되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대책을 논의했다. 해당 5개국에는 올해 들어 3만6000명의 난민이 유입됐다. 키프로스 정부는 5개국에 진입하는 난민이 올해 말까지 15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포착됐다. 올해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언한 스리랑카는 지난해 화학비료 및 농약 금지 조치로 농사를 망쳤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 시세가 치솟은 데다 재정이 바닥나 외국 식량을 수입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이날까지 남인도 타밀나두주에 난민 자격으로 도착한 스리랑카인은 104명으로 집계됐다.


외신들은 앞으로 스리랑카 외에도 아프가니스탄과 남아시아 섬나라에서 식량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WE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NHK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식량이 모자라 가격이 오르는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식량을 아예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료와 연료 가격 폭등으로 식량 생산이 어려워진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80여개국에서 3억45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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