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부재 속 제헌절 넘겨
민생특위론 국회 역할 한계
민생특위론 국회 역할 한계
앞서 17일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은 사실상 입법부 부재 상태에서 열렸다. 헌법상의 생일을 맞은 국회였지만 상임위원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회법에 따라 후반기 임기가 시작되는 지난 5월 30일 이전에 끝냈어야 할 원 구성 협상을 50일 가까이 질질 끈 결과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여야의 당리당략에 휘말려 준법정신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을 연출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나라 안팎에서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밀려왔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식량을 포함한 원자재 공급망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란 3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위기에 정부도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준비 안 된 모습을 탓하기 전에 민생대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야의 책임은 오십보백보다. 애초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한 합의를 번복한 민주당이나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 정상화에 절박감을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힘이나 피장파장이란 얘기다.
더욱이 양측은 쟁점이던 법사위와 사개특위 구성에 합의하고도 소아병적 당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을 담당하는 행안위원장과 공영방송 등을 소관하는 과방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를 놓고 평행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렇다.
여야가 민생특위 구성에 합의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10월 말까지 여야 간 충돌 소지가 적은 경제현안부터 다룬다니 말이다. 유류세 인하폭 추가 확대, 납품단가 연동제, 부동산 관련제도 개선, 직장인 식대 비과세 축소, 안전운임제, 대중교통비 환급 등이 그런 범주다. 하지만 모든 입법 및 정책 안건은 전문성 있는 소관 상임위에서 다루는 게 정도다. 게다가 민생특위도 다른 정치현안과 연계될 경우 겉돌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시 원 구성 '디데이'를 21일까지로 미뤘다. 특히 원 구성 성사에 책임이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헌절 경축사에서 생뚱맞게 개헌을 거론했다. 원 구성 지연이란 발등의 불도 끄지 못하면서 정치권의 이해가 난마처럼 얽힌 개헌을 추진한다니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여야 지도부 모두 일말의 양식이 남아 있다면 협상의 새 마지노선으로 삼은 21일까지는 원 구성을 반드시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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