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센터 이다현(21·185㎝)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선수다. 20대 초반의 그는 배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도 먹지 않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치킨 등도 건강 생각에 꺼린다는 그는 "주변에서 날 보면 '애늙은이 같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가벼운 것을 먹어야 속도 편하고 몸이 다르다"고 활짝 웃었다.
최근 현대건설 훈련장에서 만난 이다현은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다녀와 피곤한 상황에서도 팀 훈련에 빠지지 않으며 몸을 만들고 있었다. 다행히 다친 곳 없이 씩씩하게 VNL 12경기를 소화하고 돌아온 그는 오는 8월1일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다시 진천선수촌에 소집될 예정이다.
그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대회를 다녀와서 깨달은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현재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185㎝의 장신 센터인 이다현은 2019-20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이다현은 자신의 프로 3년차인 2021-22시즌에 잠재력이 폭발했다. 개인 최다인 31경기에 나가 246득점, 공격성공률 46.88%를 기록했다.
블로킹 2위, 속공 2위, 이동공격 5위, 득점 18위 등 개인 기록도 준수했고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28승3패)도 견인했다. 덕분에 2021-22시즌 베스트7 센터상도 받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이다현은 만족할 수 없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난 시즌에 대한 질문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며 "앞으로 배구 인생에서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내 한계를 정하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효진 언니가 해준 말처럼 배구는 단체스포츠이다 보니 팀을 위해 힘쓰다 보면 개인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면서 "언니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팀이 정규리그 자력 우승 확정까지 1점 남겨둔 상황에서 2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 시즌이 조기 종료된 아쉬움이 크다. 이다현은 "프로에서 3시즌을 뛰었는데 공교롭게도 첫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를 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일찍 끝났다. 이듬해 꼴찌에 그쳤고 세 번째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하고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같은 큰 경기 경험을 못해서 아쉽다"며 "오기가 더 생긴다.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봄 배구를 할 것이다. 작년 성적은 모두 잊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다현은 '세자르호'에서 이주아(흥국생명), 정호영(KGC인삼공사) 등과 함께 주전 센터로 발돋움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한국이 12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이다현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마주하며 배우는 것이 많았다.
그는 "작년에 처음 VNL 갔을 때는 욕심보다 언니들을 보고 배우려는 마음이 컸다"며 "이번에는 팀이 세대교체를 하면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다현은 냉정하게 VNL을 돌아봤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코로나19로 리그가 종료되면서 게임 감각이 떨어졌다. 또 진천에서의 준비과정도 아쉬웠다"며 "브라질에서 2주 차를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했던 것들이 나왔지만 세계 상위 팀들과 경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며 거듭 미안함을 전했다. 이다현은 "멀리까지 팬들이 응원하러 와주셨는데 무기력하게 패했다"면서 "경기 마치고 인사를 드릴 때 수치스러움도 들더라. 국가를 대표해서 나왔는데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에서 화려한 댄스 등 잠재된 끼를 선보였던 이다현이지만 코트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는 "국제대회와 V리그와 다르다는 것을 직접 부딪치며 깨달았다"면서 "국제 레벨에서 했던 배구를 팀에서 하다보면 성과가 나올 것이다. 팀에서 훈련할 때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뛰며 생각하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프로 4년 차인 이다현은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그는 "그 동안 나는 힘으로만 배구를 했다면 더 많은 연습을 통해 좀 더 성숙한 배구를 해야 한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먼 훗날 (해외 리그와 같은)큰 무대에 도전해보고도 싶고, 내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고 뛰어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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