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뤄진 맥도날드의 러시아 시장 철수는 저무는 세계화의 단면을 보여줬다. 2차 대전 후 미국 주도로 다시 번창한 세계화는 계속 유지될 것만 같았으나 중국의 패권, 러시아의 도발로 파열이 됐다. 이 흐름과 맞물려 등장한 것이 '동맹 쇼어링(ally-shoring)'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맞서 동맹국끼리 뭉치자는 주장이 팬데믹 기간 힘을 얻었다. 미국 관료가 사석에서 처음 쓴 단어인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공식용어가 됐다.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은 그 파생 개념이다. 지난해 4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처음 이를 언급했다. 당시 옐런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끼리 공급망 프렌드 쇼어링을 강화하면 시장 접근을 안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맹끼리 똘똘 뭉쳐 공급망 혼란을 돌파하자는 이야기였다. 싸고 효율적인 시장보다 안전한 시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었다.
한국을 찾은 옐런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내 차세대 배터리 소재 시설을 들러 우리 기업에 프렌드 쇼어링을 재차 주문했다. 옐런은 "공급망이 특정 세력에 지배적 권한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미 간 긴밀한 협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바야흐로 국가 간 '깐부' 재편 시대 막이 올랐다. 슬기로운 친구 찾기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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