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사라진 M&A 장벽… 농사 짓는 은행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0 18:35

수정 2022.07.20 23:54

금산분리 완화 훈풍
금융업, 비금융사 인수 길 열려
가상자산·블록체인 진출 대표적
스타트업 키워 핀테크 확충할듯
미술품중개·영농분야에도 투자
금융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의 비금융회사 지분 소유를 15%로 제한한 '금산분리' 완화를 공식화하면서 금융권이 가상자산, 블록체인, 빅데이터, 유통 등 비금융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공격적인 비금융사 인수합병(M&A)으로 금융시장의 빅블러(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빅테크 중심의 디지털전환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블록체인, 가상자산을 비롯해 부동산 빅데이터, 공간업 등의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주요 은행들은 온라인 마케팅, 미술품 중개, 영농법인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표명하면서 은행업계엔 화색이 돌고 있다. 그간 회사 지분의 15%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단순 '제휴'에 그쳤던 파트너십을 사업영역 확대로 이을 수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첫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금융사들이) 정보기술(IT)·플랫폼 관련 영업,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검토하겠다"고 했다.

규제완화로 은행들의 진출이 가장 유력한 건 가상자산업이다. 이전부터 은행들은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신한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투자했다.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의 합작법인 디커스터디, NH농협은행은 디지털자산 관리업체 카르도 지분을 사들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가상자산업에 관심이 있지만 지금은 은행에 소비자 보호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 조심스러워했다"며 "추후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진출하지 않을 은행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각 은행이 발벗고 육성에 나서고 있는 스타트업들 역시 인수 '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별도의 스타트업 보육시스템은 없지만 통합 애플리케이션 스타뱅킹 앱 디자인 개선을 위해 디자인회사 인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축적해온 부동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자산중개 플랫폼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은 혁신 서비스 창출에 나선 177개 ‘KB스타터스’와 동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해 복수의 농업회사를 사들이거나 경영권을 확보한 점도 주목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활동,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상생의 의미"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퓨처스랩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기업과 인공지능(AI) 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미술품 중개회사와 1인가구를 위한 부동산솔루션 업체, 부동산·금융 연계 스타트업 등 부동산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비금융 영역에서 금융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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