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이 6월 사상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수요가 줄면서 6월 기존주택 판매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집 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 재고 부족으로 집 값 오름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여윳돈이 부족해지고 있어 이같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치솟는 모지기 금리 여파로 지난주 모기지 신청은 2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택 판매 둔화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전미부동산협회(NAR)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비 5.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보다는 14.2% 급감했다.
NAR에 따르면 6월 기존주택 판매규모는 계절치를 적용한 연율로 512만채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 흐름이 이어지면 1년 동안 모두 512만채가 거래된다는 뜻이다.
6월 기존주택 판매 추세는 팬데믹 초기 주택시장이 일시적으로 급락세를 타던 202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수상황인 당시를 제외하면 201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거래 흐름이다.
■ 집 값 급등했지만 '끝 물 인식' 고조
주택 거래가 이전보다 한산해졌지만 집 값은 큰 폭으로 뛰었다.
미 전역의 집 값 중앙값은 1년 전보다 13.4% 급등해 41만6000달러를 기록했다.
5월 수정치 40만8400달러보다 2% 가까이 더 올랐다.
거래가 한산한 와중에도 주택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주된 배경인 공급 부족 문제는 그러나 계속해서 완화되고 있다.
6월말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존주택 규모는 126만채로 지난해 6월에 비해 2.4% 늘었다.
지금 속도로 매물이 늘면 주택재고는 3개월 동안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확대된다. 여전히 낮은 재고 수준이지만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주택 소유주들이 지금의 달아오른 주택 경기가 조만간 식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주택시장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매물로 내놓고 있어 주택 재고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매물이 많은 고급주택 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활발하지만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주로 몰리는 10만~25만달러 저가 주택 거래는 1년 전보다 31% 급감해 주택시장 활황세가 이제 끝 물로 접어들고 있음을 입증했다.
■ 미 주택시장 하강 지속 불가피
이번에 공개된 6월 기존주택 판매 통계는 매매계약부터 잔금 납부까지 통상 1~2개월은 걸리는 주택거래 특성에 비춰볼 때 모기지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른 6월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6월에는 가장 일반적인 모기지인 30년 고정금리가 6%를 웃돌았고, 인플레이션도 다시 급등세를 기록한 바 있다.
6월 이후 소비자들의 주택구입여력이 이전보다 더 위축됐다는 뜻이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런스 윤은 "모기지 금리가 이 정도 폭으로 이렇게 단기간에 뛴 적은 없었다"면서 이같은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던 수요자들조차 사상최고 주택 가격에 나가 떨어지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가계가 모기지, 주택가격을 감당해 집을 살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주택구입능력지수(HAI)는 5월 2006년 이후 16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높은 금리와 집 값으로 집을 사려던 생각을 접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모기지 신청은 급감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모기지 신청이 1주일 전보다 6% 넘게 줄며 2000년 이후 2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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