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1위 통신사 AT&T 주가가 21일(현지시간) 실적발표 이후 장중 20년래 최대폭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신비 인상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통신요금 납부를 미루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올해 잉여현금흐름 예상치가 낮아졌기 떄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AT&T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1.56달러(7.62%) 하락한 18.9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1%까지 빠져 20년래 최대폭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고객들의 통신비 납부 연체 사례가 나타나면서 올해 영업현금흐름 추정치가 종전 대비 감소했다는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AT&T는 이날 올해 2·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잉여현금흐름 추정치를 14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대비 20억달러 감소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고객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최근 AT&T를 포함한 미국 통신사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잇따라 통신비 인상을 단행했다. AT&T는 지난 5월 구형 휴대폰 요금제를 6달러 인상했다. 이달부터는 가입이 중단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관해 단일 회선은 6달러, 가족회선은 12달러를 인상했다.
버라이즌 이달 23일부터 일반고객의 무선 서비스 가격을 이전보다 1.35달러, 기업고객 가격은 2.20달러씩 각각 인상했다. 이는 2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피터 수피노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통신비를 연체한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 이들은 이미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T&T의 통신비 연체 사례가 소비자 경제에 경고음을 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AT&T의 올해 2·4분기 순이익은 41억달러로 1년전의 15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65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3센트를 밑돌았지만 시장 예상치 61센트는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96억달러로 1년 전 357억달러보다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295억달러보다 소폭 많았다.
AT&T는 매출 감소에 대해 지난해 3·4분기 비디오 사업 부문 매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선사업부 매출이 줄었으나 모빌리티 부문의 매출이 증가해 이를 일부 상쇄했다.
AT&T는 최근 통신비 인상과 가입자 증가로 인해 올해 전체 모빌리티 사업 부문의 매출이 4.5~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4분기 월간 전화 가입자는 81만3000명 증가해 시장 추정치인 55만4000명을 웃돌았다.
존 스탱키 AT&T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애널리스트들에게 "그럼에도 가격인상이 비용을 완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실부채와 통신비 연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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