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30세 A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29일 대구 북구의 한 모텔에서 동갑내기 남자친구 B씨의 목과 가슴 등을 흉기로 약 20회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월 B씨가 17살 연상의 유부녀 47세 C씨와 5년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헤어지려 했으나 B씨가 계속 만남을 요구해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가 B씨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며 C씨와의 불륜관계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이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으나 B씨가 반응이 없자 배신감과 분노로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흉기와 수면제를 구입했으며 모텔에서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살해하려고 계획했지만 실제 수면제를 먹인 후 다시 살해 계획을 포기하고 B씨를 화장실로 데려가 등을 두드려주면서 구토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앙심을 품어 B씨를 살인하려고 계획적으로 준비한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수면제를 먹어 의식이 없는 상태인 B씨를 흉기로 찌른 것이 아니라 B씨가 정신이 든 다음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죽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수면제를 먹인 뒤 생각이 바뀌어 B씨와 C씨의 불륜 사실을 세상에 알려 망신을 주려고 했지만 수면제에서 깬 B씨가 '그렇게 하면 칼빵과 총으로 쏴서 너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고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꼈고 정신을 차려보니 B씨를 죽인 뒤였다"며 계획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가 잠에서 깨어나 구토를 하고 샤워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수면제에 취해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신의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범행 현장에서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자수한 점, 심신미약에 이르지 않았으나 우울증 등 다소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당심에 이르러 유족을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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