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 유엔이 4자 회담을 통해 흑해의 안전 통행 보장과 곡물수출 정상화에 합의하고 22일(현지시간) 합의문에 서명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단 합의에 환영한다면서도 러시아이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21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2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서명식이 열린다고 알렸다. 이번 행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발표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BBC를 통해 "유엔 주도로 곡물 수출봉쇄 해제 관련 회담이 22일 열릴 예정이며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전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의 95%를 흑해 해운으로 처리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흑해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했고 그 결과 약 2200만t의 곡물이 수출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에 묶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먼저 흑해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항구를 봉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항구에 기뢰를 깔아 선박 출입이 막힌 것이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곡물 운송을 구실로 무기를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국제적인 식량 위기가 증폭되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동시에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인 튀르키예는 침공 이후 꾸준히 휴전 및 흑해 봉쇄 문제를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대표단은 13일부터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시작해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세르히이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튀르키예의 발표에 “전체 당사자가 지금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대로 발효된다면 엄청난 수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드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21일 BBC가 보도한 합의문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운송이 일어나지 않도록 튀르키예가 수출입 선박을 검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책임을 지게끔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스는 "우리는 애초 이런 상황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는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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