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23일 경기 김포시의 체육관에서 만난 김포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이학성 선수(태권도, -80kg급)는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이학성 선수가 미트를 때릴때 마다 '팡팡'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지만 청각장애인인 이 선수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190cm라는 큰키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이학성 선수는 태권도 선수로서는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선수는 지난 5월 브라질 카시아스두술에서 열린 제24회 하계데플림픽 태권도 남자부(-80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데플림픽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은 데플림픽은 국제 청각장애인 스포츠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청각장애인 세계 스포츠 대회이다. 청각장애를 뜻하는 deaf와 올림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청각 장애인 올림픽' 또는 '농아(聾啞) 올림픽', '세계 농아 체육대회'라고도 불린다. 2017년 삼순 하계 대회부터 '데플림픽'이라는 이름이 쓰이고 있다.
이학성 선수의 데플림픽 3연패는 올림픽에서 3연패를 한 것과 같아서 그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에서 데플림픽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이학성 선수와 임대호 선수 두 명뿐이다.
이학성 선수는 신생아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때 태권도를 시작해 순천 이수중 1학년 시절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순천공고 태권도부를 졸업한 후 조선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김포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학성 선수의 실력은 바로 드러났다. 19세때 출전한 2013년 소피아 데플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 한 뒤 2017년 삼순 대회에 이어 이번 브라질카시아스드술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학성 선수가 3연패를 달성하기까지 코치진의 노력도 남달랐다. 이학성 선수는 매일 2시간식 웨이트 트레이닝과, 등반오르기를 하는데, 이 선수가 제일 힘들어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학성 선수는 오른발 내려찍기와 받아차기가 일품이다.
이학성 선수는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반 대회에 출전하는데, 여기서도 그의 발차기 실력은 숨길 수 없다.
이학성 선수는 시합때 코치진의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본다. 일반선수들은 코치진의 목소리로 작전지시를 받지만 청각장애인인 이 선수는 코치진의 손가락으로 작전지시를 받기 때문이다. 일반선수들 보다 반응은 늦을 수 있으나 코치진의 작은 손가락 하나에 몸이 반응한다.
이학성 선수는 "상대방의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많은 기술 연습과 체력관리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며 "제가 체력이 좋아 상대방이 체력이 떨어질때까지 기다린 후 공격을 몰아치는게 제 특기"라고 말했다.
이학성 선수는 최근 태권도 장애인 지도사 자격증 2급도 땄다. 자신과 같은 농아인 중 태권도를 좋아하고, 데플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가 존경하는 태권도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선수이다. 이학성 선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도 문 선수를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이학성 선수의 목표는 데플림픽 4연패다.
이학성 선수는 "나이가 들어 체력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것으로 예상되지만, 열심히 훈련해 데플림픽 4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성 선수는 마지막으로 "데플림픽 3연패를 했지만, 집에 계신 부모님과 많은 농아인들이 아직도 제 시합을 방송으로 본 적이 없다"며 "스포츠계와 언론인들이 데플림픽을 많이 아껴주시고,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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