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남들은 쉽게 이용하는 수돗물을 우리도 드디어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삶의 질이 확 달라졌어요."
23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동곡동 창교마을.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는 이 마을은 광산구 예비군 훈련소를 지나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를 한참 따라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산촌마을이다.
일명 '새터골'로 불리는 창교마을은 과거 광주와 나주를 잇는 창다리가 위치해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으나 현재는 40여명의 어르신들만 모여 살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주택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주민등록상 이곳에 등재돼 있는 주민은 10여명 남짓이다.
평균 연령이 65세인 이 마을 주민들의 숙원은 '수돗물'이었다. 마을 자체가 워낙 외진 곳에 있고 개발제한구역에 속해있다보니 지난 2019년에야 상수도가 마을 입구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각 세대에서의 수돗물 사용은 요원했다. 상수도와 마을 내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토지가 개인 사유지여서 공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마을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로 했다. 그 결과 2년간 쌈짓돈을 모아 102만원의 마을 기금을 조성한 주민들은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통해 지난해 3월 마을 입구 상수도관과 각 세대별 연결 공사를 추진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이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마을 한켠에 위치한 관정에서 우물물(지하수)을 퍼 식수와 생활용수로 이용해왔다.
과거에는 물이 깨끗해 이용에 문제가 없었으나 수년 전부터는 지하수가 점차 오염되면서 생활에 지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생활하수가 경로당 인근의 우물로 모여들어 오염을 피할 수 없었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섞여 나오기 일쑤였다.
지하수는 농약 등 오염물질에 노출돼 주민 건강을 저해할 우려를 샀고 가뭄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에서 3~4㎞가량 떨어진 마트를 매일 같이 오가며 생수를 구입해 생활을 이어왔다.
상수도가 집집마다 연결되며 주민 숙원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 보였으나 경로당 수돗물 공급은 또다른 숙제였다.
창교경로당은 항상 주민들이 모여 생활하는 사랑방이지만 노인여가시설 등록기준인 20인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등록 경로당'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상수도를 연결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역사회는 이 농촌마을을 외면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종료로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올해 2월, 광산구 직원들은 해결 방법을 고민한 끝에 광주재능기부센터,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 등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경로당 환경개선을 펼치게 됐다.
이들의 도움으로 이 경로당은 지난 4일 수도관, 화장실 개선 공사, 도배, 장판, 전기 시설 공사를 끝마친 데 이어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가스온수기 설치까지 마무리됐다.
주민 김윤례씨(87·여)는 "주민들이 물 한통 옮기기 힘들 정도로 고령이라 마을 통장님이 아침마다 생수를 실어 날라야 했다"며 "밥 지을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는데 수돗물이 콸콸 나오는 지금은 웃음꽃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김갑순씨(69·여)도 "경로당 특성상 어르신들이 씻을 일이 많아서 평범한 수돗물이 여기선 생명수나 다름 없다"면서 "작은 마을에 눈을 떼지 않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지역사회의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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