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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아베 국장과 센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4 18:37

수정 2022.07.24 18:37

지난 1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절 조죠지에서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조문을 위해 마련된 헌화대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가족장이 이곳에서 지난 12일 치러졌다. 뉴시스
지난 1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절 조죠지에서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조문을 위해 마련된 헌화대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가족장이 이곳에서 지난 12일 치러졌다. 뉴시스
'센류소녀'는 일본 만화잡지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장기연재된 코미디 만화다. 이가라시 마사쿠니 작가는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17자의 센류로 전달하는 소녀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13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으며 TV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됐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센류(川柳)란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한 5자, 7자, 5자의 17음 정형시이다. 인생의 한 단면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찌르는 풍속시이자 생활시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정형시인 하이쿠(俳句)와 동일한 음률이지만 더 자유롭다. 구어체로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세태풍자 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촌철살인의 3행시인 셈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는 독자가 투고한 센류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지난 16일자에는 선거유세 중 피격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센류 7편이 게재됐다. '의혹많았던, 그런 사람이 국장, 우린 이런 나라' '이용 당했다, 민폐를 당하는, 민주주의' '죽어서도, 세금 사용하는, 촌지 송금' '동기를 들어보니, 테러는 아니었다, 라고 하네요' 등 비판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본 정부가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을 9월 27일에 치르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 여론이 찬반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새다.

일본 법률에는 국가가 주관, 모든 비용을 대는 국장은 없기 때문이다. 전직 총리에 대한 국장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 이후 55년 만이다.

당초 관례에 따라 '정부·자민당 합동장'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신중론을 물리치고 국장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민주당, 공산당 등 3개 야당은 "지나치게 예찬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는 조의를 강제하는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한다.
아사히신문에 실린 '아아 무섭다, 이렇게 역사란 게, 만들어지네'라는 센류 풍자가 귀에 쏙 들어온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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