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개장 1년, 국가부두에서 동네 공원 전락한 부산 용호별빛공원

뉴스1

입력 2022.07.26 06:01

수정 2022.07.26 06:01

23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이 썰렁한 모습이다. 2022.7.23.© 뉴스1 손연우 기자
23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이 썰렁한 모습이다. 2022.7.23.© 뉴스1 손연우 기자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경계를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2022.7.23© 뉴스1 손연우 기자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경계를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2022.7.23© 뉴스1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2022안심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던 부산 '용호별빛공원'이 개장 1년 만에 인근 일부 주민 만이 사용하는 동네 공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와 남구청은 30년간 화물부두로 기능해 온 용호부두에 7억8000만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하고 지난해 7월1일 개방했지만 내부 시설이 허술해 일부 주민 외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국가 부두로 공동자산인 만큼 지역경제 발전과 많은 사람들의 편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시설로 개발했어야 함에도 '구색갖추기'에 그치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더위에 그늘 없고 방치된 자전거거치대

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들이다. 남구청측은 어린이놀이시설, 전시체험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제공을 통해 가족단위 관광객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이곳 공원을 잇따라 방문했지만 매번 운동복 차림으로 산책하는 주민 1~2명만 있을 뿐 한산했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공원을 이용할 수 없도록 출입제한 시간을 두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 있는 자전거거치대에는 개인 자전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방치돼 있는 듯 관리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다와 군부대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공원 경계를 따라 설치돼 있는 철조망은 군데군데 망가져 있었고 입구 두 곳의 투박한 철문이 삭막함을 느끼게 했다.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늘은 없고 그나마 설치돼 있는 캐노피도 접혀져 있어 제기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용호별빛공원 부지는 전문가들로부터 부산의 뛰어난 관광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대한민국 안심여행 캠페인에서 2022년 안심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찾아오는 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한 만큼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원조성 목적없어 "휑"…온라인에는 "용호부두 망함"

용호별빛공원 부지는 해양수산부의 제4차(2021~2030)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포함돼 재개발 전까지만 운영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업 추진은 더딘 상황이다.

이 공원에는 현재 인근 주민 외 타지에서 찾아올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북구에 있는 화명생태공원의 경우 MTB체험장, 테니스장, 농구장, 야외 수영장,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조성해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경남 양산과 김해 등 지역에서도 각종 동호회가 찾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착공이 기약없는 상태에서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지자체가 운영기간 만이라도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편익을 고려한 장소로 만들었어야 된다는 의견이 시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해운대구에 살고 있는 40대 김모씨는 "공터같이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목적없이 휑하니 동네 마실 장소 수준이다. 차라리 부두를 그대로 닫아두는 게 나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곳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익명의 게시자가 "망한 용호부두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주민들 아침에 운동하러 오는 동네 수변공원. 이기대에 등산하러 온 사람들 주차장도 만들어주고, 그냥 동네 공원 수준, 용호부두 망함"이라고 글을 썼다.

◇ "용호부두를 세계적인 요트 전용부두로"

해양수산부의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해수부는 해양관광 7개 권역 구상도를 발표하면서 용호부두가 포함된 동남권역을 거점형 마리나를 비롯해 해양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도석 부산시의원(서구2)은 용호만 일대에 종합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 의원은 "국가부두를 지금처럼 단순히 지역자치단체의 근린공원 성격으로 사유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세계적인 요트 전용부두로 만들어 전세계 사람들이 요트를 타고 올 수 있도록 하고 부대시설에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용호만매립부두와 이기대 등 종합적인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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