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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중대재해법' 상반기 사업장 절반 '법 위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7 12:44

수정 2022.07.27 12:44

고용부, 상반기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
감독 사업장 9506곳 중 4419곳 안전조치 등 위반
7월 50인 이상 사업장 중심 중대재해 급증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정부가 감독하는 사업장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기본 안전조치 등 관련 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올해 상반기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 중 안전관리 취약 사업장 9506곳을 대상으로 했다.

감독 결과 감독 사업장 중 절반에 가까운 4419곳(46.5%)에서 기본 안전보건조치 미준수,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미작동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1만1993건이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안전보건조치 위반이 3682곳으로, 전체 위반 사업장의 38.7%를 차지했다.

이 중 추락 사고의 경우 1348곳에서 작업발판, 안전난간 등 핵심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다. 끼임 사고의 경우에도 632곳에서 정비작업 시 운전정지 등 기본 안전조치를 위반했다.

유해·위험 작업 시 작업계획서 작성 및 작업지휘자 지정 의무도 173곳에서 준수하지 않았다. 개인보호구 지급·착용 의무 역시 135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안전보건조치와 함께 사업장의 평상시 안전보건관리 상태를 나타내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도 2863곳(30.1%)에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추진 조직을 갖추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571곳이 적발됐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교육 의무도 1245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전히 현장의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들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재 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고용부는 이들 사업장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산재 사망사고는 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건(36.7%)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는 2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건(187.5%) 늘었다.

또 50인 이상 사망사고 23건 중 13건은 최근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반복 발생했다. 그 중 8건은 올해 상반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다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이달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급증한 것에 대해 건설업의 경우 원재자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기간 단축 압박 아래 안전조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제조업은 휴가철을 앞두고 생산 일정 가속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으로 옥외작업 근로자들의 온열재해도 증가했다.

고용부는 주요 건설업과 최근 5년간 사망사고 발생 기업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과 감독을 추가 실시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반복적으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유해·위험 요인을 방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불시감독 이후에도 법령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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