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통 약속에 집단행동 철회, 경찰국 설치 논란 '변곡점'…"기회 살려야"

뉴스1

입력 2022.07.27 13:05

수정 2022.07.27 13:05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일선 경찰들이 오는 30일 열기로 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27일 취소됐다. 처음 이 회의를 주도했던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제팀장(경감)은 이날 오전 7시 7분 경찰 내부망을 통해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절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회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에 나온 경찰의 모습. 2022.7.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일선 경찰들이 오는 30일 열기로 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27일 취소됐다. 처음 이 회의를 주도했던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제팀장(경감)은 이날 오전 7시 7분 경찰 내부망을 통해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절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회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에 나온 경찰의 모습. 2022.7.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현장에 50여 명, 화상으로 140여 명의 총경이 참석해 경찰국 반대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경급 결집이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찰 수뇌부는 만류의사를 전했으나 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같은날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현장에 50여 명, 화상으로 140여 명의 총경이 참석해 경찰국 반대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경급 결집이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찰 수뇌부는 만류의사를 전했으나 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같은날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최근 행정안전부(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두고 '강대강' 갈등이 이어지던 행안부와 경찰 수뇌부, 일선 경찰관들의 대립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자진 철회하고, 경찰 수뇌부도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 수렴의사를 밝히면서 소통의 물꼬가 트였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전국서장회의·14만 경찰회의까지…경찰국 논란이 초래한 초유의 '경란'

이번 갈등의 시작은 행안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찰제도 개선 방안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개선 방안 중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권 등 실무를 지원하는 '경찰국'을 행안부 내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은 수사와 전혀 상관없으며, 경찰청을 지휘·감독·통제·감찰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23일에는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총경급 경찰관들이 경찰 수뇌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온·오프라인으로 190여명이 모여 경찰국 설치에 대한 비판 의견을 냈다.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제안하고 추진한 류삼영 총경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청은 회의가 끝난지 2시간만에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 현장에 참석한 56명에 대한 감찰에도 착수하는 등 '경란'(警亂)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하나회', '12·12 쿠데타'라고 비유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국가기강 문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일선 경찰관들도 '14만 경찰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지난 26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고 했지만 여러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며 "이번 회의는 총, 무기와 1도 관계없는 수사과 경제팀장인 저 혼자서 기획, 추진하는 토론회이므로 쿠데타와는 전혀 관련없다"고 강조했다.

◇'강대강' 경찰 갈등 변곡점…"국민 우려 불식·경찰 자존감 모두 지켜져야"

그러나 결국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설치를 골자로 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돼 오는 8월 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강대강 대치로 치닫던 갈등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날 저녁 무렵이다. 경찰 지휘부가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고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된다는 호소가 일선 경찰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앞서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최한 류 총경 역시 "이미 입법이 됐고 우리 의사가 표시된만큼 국회에서도 논의를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14만 경찰회의를 한다면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결국 김 경감도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전날 법령의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인 의견 표명이 자칫 우리 경찰 전체를 사회적인 비난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철회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찰청 역시 최근 각 시도경찰청에 현장 경찰관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계획을 세워달라고 공지했다. 이날 세종청을 시작으로 경찰청은 각 시도경찰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경감 이하 경찰관들의 경찰국 설치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여전히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와 경찰 지휘부에 직접적으로 반발하는 강경 투쟁 대신 입법적 해결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아직까지 경찰의 이같은 집단 행동이 거의 없었다"며 "경찰 조직 입장에서도 정당한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쿠데타 이야기까지 들어가면서 왜곡되는 것 자체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경찰국이 국무회의에 통과해 신설될 상황에서,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경찰국의 역할이나 위상에서 우려했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면 한국 경찰의 새로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찰 권한 확대로 인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찰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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